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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산 날

밀당하는 교사

by 요나와물고기

오늘은 백화점에 가서 스타워즈 레고를 샀다. 그런데 왜일까? 레고를 사면서 나에게 떠오른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도 아니었고, 레고 포인트로 인한 기쁨도 아니었다. 오늘 레고를 사면서 떠오른 생각은 현재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난날에 대한 회상이었다.

어머니는 어린시절의 나와 형을 데리고 가끔 대형 문구점에 가셨다. 그 문구점은 TV 광고에 나오던 장난감 로봇을 할인하여 판매하는 곳이었고, 동네에서는 이 장난감 로봇을 파는 곳으로 유일한 곳이었다. 이 로봇들은 각자 색과 기능이 달라서 질리지 않는 다기능(?) 변신로봇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 장난감들은 부모님의 창고로 들어갔고, 나는 한동안 장난감 로봇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는 형님의 집에서 만난 초등학교 3학년인 작은 친구 덕분에 오랜만에 장난감 로봇을 사게 되었다.

선물로 산 아틀라스,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


장난감 로봇을 선물로 주며 실은 내가 더 가지고 놀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좀 더많은 장난감을 가지지 못해서일까? 더 많이 놀지 못했다는 아쉬움같은 것이 내 안에 올라왔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나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내게 몇 번이나 장난감을 사주셨었나 속으로 어림해 보며 말이다.

그러나 횟수가 얼마나 중요할까? 오늘 난 장난감을 사면서 부모님이 나와 형을 위해 발품을 파시며 장난감 로봇을 사셨을 때의 마음을 상상케 했다. 본인은 그닥 흥미도 없을 로봇 장난감을 사면서 그녀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조금은 해냈다고 생각하며 안도했을 것이다. 자식을 위해 무언가 했다는 떳떳함. 그것이 꼭 장난감 로봇이 아니었을지라도 그녀는 그것으로 뿌듯했을 것이다.

지도하러 나선 학교의 정문


학교에 가면 학생들은 좋은 교사를 만나길 원한다. 그렇지만 의지로 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학생들은 그저 날 덜 힘들게 하는 교사, 편하게 해주는 교사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나는 학생들에게 늘 과제를 주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과제나 규율로 실컷 압박을 하고 난 뒤에는 가벼운 간식이나 보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작은 것이라도 노력 끝에 얻은 무언가를 학생들은 굉장히 좋아하고 그것을 얻는 과정에 즐겁게 참여하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바람직한 답을 해주는 학생에게 젤리 몇개를 주었다. 또 예상치 못하게 뛰어난 대답을 내놓은 학생에게도 가벼운 보상을 주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 학생들을 집으로 보내기 전에 같은 종류의 보상을 모든 학생에게 주겠다고 선언(?)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나는 열심히 했기 때문에 두개를 받은거야~' 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묵묵히 내가 주는 공짜 젤리에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학생이 있다. 어떤 학생은 '저는 그런 보상이 필요 없는데요~'라고 말하며 쌩하니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도 있다. 이 친구는 아마 집에 빨리 가는게 보상인 것 같다.

많은 학급경영서에서도 말하지만 물질적 보상은 학생들에게 더 나은 동기를 부여해주는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적절한 보상은 한 사람이 더 높은 수준의 인간에 이르는데 다리 역할을 한다고 난 믿는다.

베풀면 언젠가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다고 했던가. 한 학생이 수업이 끝난 후 나에게 온다. '이번 수업 정말 좋았어요'라고 표정이 대신 말해준다. 그리고 나에게 무얼 준다. 잠깐의 쉬는 시간, 의자에 앉아 허리를 뒤로 젖힌다. 아이가 준 생강 젤리를 씹어본다. 향긋하고 달콤하다. 아마 이 아이가 느꼈던 기분과도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다음 수업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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