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참 행복한 날이었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아주 오랜만에
가족나들이를 갔거든
엄마의 기억 속 우리가족은
놀러간적이 거의 없었어
아빠도 엄마도 언제나 휴일이 없이
일하시기 바빴으니까
세월이 흐르긴 했나보다
외할아버지가 어쩐일로 남산에 가서
케이블카를 타자고 하시는 걸 보니!
생전 어디 놀러가지는 말씀이 없으셨던 외할아버지는
크게 마음을 먹고 나가자고 하시는 것 같았어
엄마도 내심 놀랐지
삼촌은 같이 가지 못했지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나와 너
이렇게 4명이서 남산을 간다는 것만해도
정말 일생에 손에 꼽히는 날이었단다
어찌보면 남들에게는 주말마다
아님 한달에 한번 정도 가는 가족나들이 일지는 몰라도
엄마에게는 일생에 몇번 없는 아주 특별한 날이었어
이런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40년 가까운 시간을
돌아온건가...기다려온 건가.. 그런 생각도 든단다.
세상에는 정말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어
겉으로 보기에 당연해 보이는 건강도
가족들의 존재도
가족들과의 시간도
모두 누군가의 희생과 가다림이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쉴틈없이 일해야 했던
부모님의 그 시간들이 쌓이고 지나서
이제야 조금의 여유라는 틈이 만들어진 거야
한편으로는 부모님에게
이런 잠깐의 여유도 만들어 드리지 못한 것 같아
항상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
내가 좀 더 성공했더라면
내가 좀 더 돈을 많이 벌었다면..
부모님에게 용돈이라도 조금씩
드리면서 여유를 만들어 드릴 수 있었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
남산을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남산돈까스도 먹고
잠깐이지만 케이블카도 타고 남산을 내려오는 그 길이
엄마에게는 너무나 큰 위로와 기쁨이었어
가족의 사랑이라는 건
마음 속 많은 구멍을 매울 수 있는
치료제 란다
남산타워 앞에서 찍은 사진들
아빠와 처음으로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신 기억
아마 오랫동안 엄마 마음에 남을 것 같아!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어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것들은
누군가 오랜 시간 노력한 흔적들이고
피와 땀이 들어가 있는 정성스런 결과물들이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도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나라고
우리의 가정 또한 각자 배려하고 희생해서
유지해 나가는 귀한 공동체란다
김홍식 작가님의 굶어보면 밥이 하늘인 줄 안다는
그 글귀처럼
세상 모든 것은 그 가치를 알기 까지의
과정이 필요하지
당연하게 생각한 것을 잃게 되거나
귀하게 얻게되거나
이런 일련의 과정들 말이야.
어릴 때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서글퍼하고
분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되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또한 당연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이 또한 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거지
엄마가 20대 였다면
아마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꺼야
" 가족끼리 시간 맞아서 어쩌다
남산을 다 와보는구나.." 정도였겠지
하지만 오늘 이 시간을 갖기까지
우리 모두는 죽을만큼 애썼고
방황했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 귀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동안
이 작은 일상을 소중히 지키기 위해
그리고 기억하기 위해
또 열심히 살아가겠지?
시간의 유효함은 우리를 더 성장시키고
삶의 소중함을 알게 한단다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것들이
사실은 많은 배경을 안고 있었다는 걸
많은 시간이 쌓여서 나에게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삶을 살아가는 매순간
주어진 시간속에
우리의 존재가 언제나 당연한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