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게 태어난 몸
약하게 태어난 마음
어찌하겠는가 고쳐서 써야지.
사실 요 근래에는 나 자신한테 너무 지쳤었다.
"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겨울이면 독감이나 감기, 가빠지는 호흡으로 일상생활이 힘들고
더우면 금방 더위 먹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
누가 보면 꾀병 같기도 하고
의지박약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학병원을 가면 공황장애라 하고
한의원을 가면 자율신경실조증이라고 한다.
겪어 본 사람만이 아는 병.
전신으로 오는 증상으로
사실 매일매일이 살엄음 판이다.
오늘은 또 어디가 아플지..
어떻게 아플지..
가끔은 119를 불러야 하는..
10년을 이렇게 살다 보니
항상 병원을 투어를 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한약도 먹어줘야 한다.
물론 효과는 반짝이지만.
우울감이 극한에 달한 걸 보니
몸도 마음도 또 고갈됨을 느끼고
한의원을 방문했다.
"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
그 한 마디에도 면접을 보러 온 사람처럼
긴장해서 머뭇거린다.
" 저.. 기운이 너무 없고요..
숨이 차고.. 일상생활이 힘들고..."
횡설수설 말을 하고 의사가 얼굴을 봤다.
홈페이지에서 본모습 그대로
약간 도인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상담공부를 20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마음과 몸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 의지와 주의 >
내 얘기를 다 들어보지 않았지만
짚어지는 것이 있었나 보다.
한의사가 말하길
한국의 교육환경은
의지를 배우기 힘들다 한다.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라왔고
남들 하는 대로
사회 기준대로
그렇게 살아야 정답인 것처럼 살기 때문에
그래서 나의 의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했다.
또한 분산되어 있는 주의를 되찾아 와야 한다고 했다
즉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을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 숙제처럼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분산되어 있는 에너지다. "
나의 방전된 상태는 육체적인 약함도 있지만
내 에너지를 너무 여러 군데 분산시킨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 것이다.
순간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시작했다가 미루고 있는 유튜브..
투자공부
집안청소
이사문제
아이 초등학교 입학 준비
글쓰기..
누구나 무의식에 쌓아두고 있는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나 같이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은
쌓아두고 있는 것들이 더 많긴 하다.
마치 방에 처 박아두기만 하고
지저분하게 쌓여 있는 옷가지처럼
그렇게 쌓아두고
문만 닫아놓으면 감쪽같이 안 보이니
눈에서는 사라졌지만
내 마음속 머릿속에는 항상 그 짐들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 너 하기로 했던 것들 많잖아.
그거 하나씩 해 나가면 삶의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
라고 말했다면 별로 감흥이 없었을 것 같다.
" 나도 알지. 근데 안 되는 걸 어떡하냐고"
라는 반발심과 거부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한의사의 접근법이 다르게 느껴졌다.
내 피 같은 에너지들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고
마치 내가 되찾지 못하면 손해인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 내가 분산시켜 놓은 에너지를 회수해야겠다. "
라는 생각과 함께 약간 의지가 올라왔다.
주의를 분산시켜 놓은 일들이
비단 벌여놓은 일이나 계획들만은 아니다.
풀지 못한 생각의 실타래
캐캐묵은 감정의 곰팡이
쌓아두고 바라보지 못했던 철학적인 고민들
마음속에서 해소되지 않는 괴로움 등
영적 소통이 되지 못하니
육적 소통도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더 와닿았던 것은 며칠 전 우연히 보게 된
불교 관련 콘텐츠 영향도 있다.
" 두려움의 원인은 생명력을 잃어가게 때문이다. "
맞다. 나는 나의 생명이 닳고 있는 걸
두려워하고 누구보다 슬퍼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멈춰 서서
또 나를 바라보고 성찰하며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주의가 산만하고 어지러웠다면
그것들도 정리하고 내 에너지를 회복해야겠구나.
그리고 나면 자연스럽게 의지가 생기고
몸에도 마음에도 조금씩 힘이 붙지 않을까.
한의사 말로는 약을 먹으면
20% 밖에 안 남은 내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약에만 100% 의존했을 텐데
지금은 아니다.
약은 보조적인 것이고
병을 고치는 주체는 나라는 것을
약 먹을 때가 되었다는 것은
다시 나를 마주하고 삶의 질서를 바로 잡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자율신경실조증은
무엇보다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삶의 패턴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기상시간 취침시간 식사시간
그리고 가벼운 운동과 식단조절
누구나 다~아는 기본적인 것들이
나의 증상에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너무 아는 것들이어서
계속 간과하고 있던 것들.
그 기본을 다시 한번 실천해 보기로 한다.
자기 전에 핸드폰 보지 않기
하루에 30분 정도 걷기
밀가루 줄이기
카페인, 초콜릿 먹지 않기
일반인들은 안 지켜도
생활에 크게 영향이 없겠지만
나처럼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진 사람들은
증상이 악화되는 요소들이다.
하루에 5분이라도 명상하고 호흡하자
추워서 30분 걷기 힘들면 21층 계단으로 다니자
잠들기 1시간 전에는 휴대폰 금지
이것만이라도 한 달 동안 해보자
요즘 계단 오르기는 하고 있다.
가장 큰 나의 적 핸드폰은 어제부터 자기 전에
멀리하고 있다.
큰 의지가 아니어도 되는데
작은 의지조차도 쓰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 나는 지금 아프잖아. 나는 약해. 자꾸 숨이 차는데 어떻게 움직여 "
라는 생각을 하면서 삶의 의지까지 지우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의지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나의 증상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포인트 있다.
나는 아픈 사람이야 라는 패턴이 신념이 되지 않게 해야겠다
" 나는 매일 계단을 오르는 사람이야"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조금씩 의지를 써서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살아보자.
정해진 운명에 순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조금이라도 벗어버리자
의지가 약이다.
흩어져 있는 주의를 되찾는 것이 약이다.
여러 개의 인터넷창을 켜놓으면 컴퓨터가 느려지듯
그동안 그렇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
작은 의지조차 사용하지 않고
몸 상태에만 초점을 맞추고 핑계만 대고 있었다.
하루하루 생명력을 되찾고 싶다.
기대되는 삶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샘솟는 삶
기본과 질서가 공존하는 안정적인 삶
그것이 가장 큰 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