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좋은 결과야.

by 최지안

" 합격 불합격 둘 다 좋은 결과야 "



엘지생활건강

내추럴 뷰티크리에이터에

지원했다.



이름은 거창한데

환경재단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스타 쇼호스트 멘토링과

라이브커머스 교육, 환경교육

영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이외에도 교육비지원, 화장품제공 등

다양한 혜택이 많다.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어제 면접을 봤다.



예상했던 대로 지원자들은

쟁쟁했다.



" 돈 들여서 헤어 메이크업

이라도 받고 오길 잘했네 "



내가 화장하고 왔으면

창피했을 뻔했어...



명색이 뷰티크리에이터를

뽑는 건데 외모도 중요하겠지!



면접이 오후 4시 10분인데

광화문에 2시에 도착해서

면접 준비를 했다.



5명씩 그룹으로 들어가서

6명의 면접관에게 심사를 받는 자리.



면접은 단조롭게 진행되었고

면접관들의 표정은 지쳐 보였다.



나의 대답만 곱씹어봐도

왜 표정이 어두웠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뻔한 대답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어필

환경보호를 위해 과대포장된

제품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대답 등..



환경재단이 뭐 하는 회사이고

엘지생활건강이 어떤 회사인지

나는 왜 뷰티크리에이터를

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그저 혜택이 좋으니까

스타쇼호스트와 동반출현의

기회가 있으니까



이런 잿밥에 눈이 어두워서

공짜교육에 눈이 어두워서

그 자리에 내가 왜 필요한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피곤했지만 새벽 3시가

다 되도록 잠이 안왔다.



오늘 하루종일 핸드폰만 확인하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각에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결과는 불합격

당연히 실망스러웠지만

희망고문이 끝나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했다.



다이소를 가면서 남동생이랑

통화를 했다.



" 누나 불합격~~ "

위로와 함께 남동생이 말했다.



" 누나 사실 어제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대기업은 뽑을 사람 다

정해놓고 면접 봤을 거야 "



" 무슨 말인지 알지?

교육도 무료고 제품도

다 제공해 주는데

검증된 사람을 뽑지 ~~

루키를 뽑는 게 아니야 "



동생은 당연한 결과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 엘리베이터 한번

타보려고 했더니

결국 걸어가야겠네 "



" 누나 원래 그렇게

기어 올라가야 되는 거야

그래야 근육이 생기지 "



엘리베이터도 한 번쯤 타고

올라가 보고 싶은데!



아쉽지만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다 좋은 결과다.



들러리라서

불합격이 당연한

결과였을지라도

원래 한 편의 영화도

엑스트라는 필요한 법이니까

누가 알아 나중에 내가 주연할지?



다만

애타고 목마른 희망이 아닌

어렴풋이 낮은 희망을 품고 싶다.



이거 아니면 안 돼

이건 꼭 합격해야 돼

이렇게 뭔가 간절하지만

매달리는 희망이 아니라



이번에 합격하지 못했지만

또 보완해서 도전하면 되지

다른 좋은 기회를 더 찾아보면

되겠다라고



마음을 다 잡고

가볍게 가볍게 허들을 넘듯이

넘어가고 싶다.



" 여기까지도 잘 왔다 "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다

합격도

불합격도

둘 다 좋은 결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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