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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안 Mar 21. 2023

기분으로 시작해서 기분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분에서 시작해서 기분으로 끝나는 하루가 있다.

일어나서 가지는 마음이 하루의 끝마음이 될 때가 있다.



아침을 조심스럽게 시작해 본다.

오늘의 컨디션을 조율하는 마음의 온도를 맞추고

기분의 소리를 들어본다. 오늘도 분명 힘차고

에너지가 넘칠 거라고 외쳐본다.

억지라도 좋다. 우울한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것보다

행복도 선택이라는 말처럼

계속해서 기분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선택한다.



뭔가 한 번에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서서히 조금씩

마음도 풀리고 몸도 풀리면서

무언가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오랜만에 오전에 요리를 했다.

더러운 기분을 깎아내듯 감자를 깎아내고

새로운 기분을 입히듯 올리고당 코팅을 입혀본다.

안 해보던 일을 해보고

계속해서 새로운 환경에 노출시켜

기분을 환기시키려고 한다.



조용한 일상에 한 방울에 노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기분을 업시켜야 할 때가 바로 그때이다.



난 예전처럼 그렇게 죽도록 힘들거나 외롭지 않아

아프고 힘들어도 잠깐이야

금방 지나간다는 걸 이제는 알아.

이제는 나를 믿거든



어릴 때는

기분의 파도가 올 때 속수무책으로

두들겨 맞았다.



이제는 피할 줄도 알고

그 안에서 헤엄칠 줄도 안다.

기분을 역이용 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삼기도 한다.


기분에서 시작해서

기분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해진 일들을 억지로 해낸다.



기분이야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기분으로 날려버린 시간은

인생을 좀 먹기 때문이다.



시간 속 기분의 모레를 골라내듯

하나씩 살펴보고 골라내다 보면

별거 아닌 모양이라는 걸 발견한다.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것이 아니다.

아무 이유 없이 다가오는 불안이

숨 막히게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 잠깐 왔다가는 손님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받아들이고

지나가게 놔둔다.



그 속에 빠져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 기분이 하루의 기분으로 낙점될 때가 많았다.



기분으로 시작해서

기분으로 끝나는 하루가 되지 않도록

마음속 파도에 대고 외쳐본다.



" 잠깐 지나가는 파도야. 넌 잠깐 이야.

난 언제나 평온해."



세상은 구원할 수 없어도

기분은 구원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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