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양식을 쌓아놓듯 기억과 감정속에 보약이 될 수 있도록
새해가 되었는데 웬일인지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올해를 번아웃이 올 정도로 열심히 살았냐고 물어본다면
' 그건 아니다 '
묵은 피로를 처리하듯 나가떨어질 듯 힘든 주말에는 특히나
몸도 마음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목숨 다 걸고 일했던 20대를 지나
목숨을 내놓을 만큼 아픈 30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내려놓고 살련다.
열심히라는 기준은 각자 다르다.
미라클 모닝으로 시작해서
정해진 업무 리스트를 꽉 채우고
운동을 다녀와서 명상으로 마치는 삶 일 수도 있고
집에서 아이를 보면서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고
자기를 돌볼 시간 없이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면
그것도 열심히 산 것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수입에 상관없이
각자에게 주어진 일이 있다.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은
어떤 객관적인 기준에 상관없이
오롯이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십자가와 같은 고통으로 찾아온다.
그래서 삶은
누구도 재단할 수 없고 누구도 평가할 수 없다
자연인의 삶으로 산속에서 평온하게 살고 있다고 할지라도
오지에서 삼시 세끼 밥 지어먹는 것이 큰일이며
장작을 패고 집을 보수하고 먹을 것을 구해 오는 일
자체가 힘들 것이다.
누구나 애쓰고 살고 있다.
어떠한 결과가 있든 호흡하며 생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나 고단한 삶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편안해 보이는 삶도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고
고단해 보이는 삶도 그 나름대로의 보람이 있다.
뼛속까지 각인된 '패배자로 살 수는 없어'라는 메시지가
속에서 올라올 때마다 불안해진다.
주위를 둘러보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지만
곁눈질로 보아도 다들 꽤나 자리 잡고 사는 것 같아서 조급함이 밀려온다.
"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이것도 하지 못했는데 어쩌지.. "
하나의 분야에서 자리 잡지도 못하고
또 새로운 걸 시작하고
있는 내가 너무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또 다른 성공을 향한 내 마음은 잡음이 들리고
주파수가 맞지 않는 라디오처럼 지지직 거린다.
열심히 달려가다가도 문득 멈췄을 때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씨름해야 한다.
내가 좇고 있는 것이 신기루여서 그런 걸까?
내 힘이 부족해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걸까?
실체가 없다고 해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누구나 무언가를 바라보며 산다.
누군가는 목표라고 하고
누군가는 희망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소원이라고 한다.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다 살아갈 연료가 되고 힘이 되어준다면
또 하루를 견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조금 더 내려놓고 살 것이다.
타인의 속도를 의식하지 않고
일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해
미소 지을 수 있을 조그마한 만족감이면 그걸로 족하다.
by 사자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