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슬픈 계란말이

'사람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by 최지안

" 엄마 김치볶음밥 해주세요"



뽀로로에 나오는

요리공주루피가 만든 김치볶음밥을

보고 먹고 싶었나 보다.



4살 된 딸 아이가

김치볶음밥을 주문했다.



어린이집 방학기간이라서

아이 끼니를 삼시세끼

다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집에 있으니까

뭐라도 해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이렇게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이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수입은 좋지 않지만

유년기가 사람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기에

최대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



최근에 본 티비 프로그램

다큐인사이드 인생정원에서

괴테의 '파우스트' 한 구절

나를 오열하게 만들었다.



그 날은 웬지 티비를 켜고 싶더라니

내가 꼭 봐야할 장면이 있어서 그랬나보다.


'사람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유년기 시절 받은 사랑이

그 마지막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다.



나의 유년기는 외로움 뿐이었기에

마지막 실족과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려웠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음식은

계란말이 하나 뿐이다.



우리 엄마 계란말이는 조금 특별하다.

송송썰어 넣은 야채와 함께 들기름이

듬뿍 들어간다.



함께 있어주지 못한

시간을 채워주듯이

듬뿍 들어간 들기름은

고소하고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을 낸다.



맛은 있지만 추억속 계란말이는

슬픈 기억이다.



엄마는 30년 전

그 시절 워킹맘으로

미용실을 운영 하셨다.



꼬박 20년을 워킹맘으로 일하면서

엄마의 빈자리는 참 크게도 느껴졌다.



엄마가 해준 음식 중에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음식이 계란말이 하나다.



우리 딸은 엄마의 음식을 몇개나

기억할까?

마지막 실족을 견딜만한 사랑을

가지고 자랄까?



기억에 남을만한 음식도

함께한 시간도 많이 남겨주고 싶다.



엄마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기에

정성껏 놀아주지는 못해도

말대꾸라도 한번 더 해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의식적으로 더 해준다.



아이의 무의속에 따뜻함과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지금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 일 수도 있다.



기억속에 엄마 음식이 슬프게 느껴지거나

외롭지 않도록

그저 맛있었고 따뜻했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자.



그것만으로 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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