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히 본 시사프로에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합격생들이 실무연수를 받을 곳을 찾지 못해 회계사 자격증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해있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제가 취업을 고민할때, CPA(공인회계사)가 갖는 과거의 위상을 생각하면 참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인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생활비도 넉넉치 않으니 소송은 엄두도 못내고 법률적 조언도 받을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순수하게 AI의 도움으로만 나홀로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한 사례는 너무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데이터를 단순취합하고 변형하는 정도의 역할이 아니라 데이터를 정제하고 판단하고 통합하고 의미있는 내용을 창출하는 수준으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만큼의 역할을 AI가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학계에서 미래비전 같이 제시하는 이야기 말고 신문상에서 혹은 실제로 일상에서 AI의 존재와 영향을 알게된 건 채 5년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10년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때, '바둑의 로직을 AI가 이해하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벽을 넘었다면 나머지는 계산이기때문에 인간이 이기기 힘들다'라고 이세돌이 인터뷰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바둑은 스포츠이면서도 승패가 전부가 아닌 뭔가 독특한 영역이긴 하지만, 어쨌든 바둑을 모르는 저로써는 무언가 AI가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넘었구나 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자 이제 바둑기사들만이 그때 체감했던 무력감과 공포심을 일반인들이 체감할 시기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더구나 피지컬AI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나오고 현대차가 개발한 아틀라스가 덤블링하는 뉴스를 보다보면 '책상앞에 앉아서 하는 일은 모두 대체될 것이다' 라는 전망을 넘어서 배관공 자리도 안남아 있을것같아서 두렵기까지 합니다.
앞으로의 일자리를 고민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공공부문 채용의 인기가 시들었을때 저는 직원들에게, 너무 기죽지마라 곧 우리의 시대가 올수도 있어 라고 농담삼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통상 공무원의 인기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단 얘기인데, 물론 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기가 나빠지기를 바라고 한 말은 아닙니다. 경기변동은 늘상 오가는 일이고, 유동성이 넘쳐 흐르는 시기의 호황이 주구장창 계속되지는 않을테니 돈 많이 버는 민간기업의 친구들을 너무 부러워하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AI의 부상을 보면서 경기변동이 아니라 그냥 기술발전의 속도 자체로 공공이든 민간이든 일자리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것같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당장 신규채용부터 줄어들겠지만, 기존에 있던 일자리도 어떤 방식으로든 위협을 받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과연 우리 자체의 능력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될까 부터 의심스러워집니다.
인간의 노동가치가 없어지고 기본소득이 일상화되고, 머스크가 말한 '직업이 취미가 되는 세상'이 되면 유토피아가 될까요? 우리가 일을 하면서 얻는, 유형소득 외의 무형의 가치가 없어진다면 우리 일상은 평화롭게 유지가 될까요? 앞으로 인간의 노동이 어떤 외양과 방식으로 존재하게 될지 아직은 감이 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