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0537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전세사기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많은지, 얼마나 청년들이 이 사기에 취약한지 알수 있었습니다. 그간 전세사기 문제에 대해 '사기 피해를 어떻게 다 세금으로 구제하나' 정도의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시장에 막 참여하는 신규자들을 그렇게 위험한 구조에 방치해놨다는 것 자체가 사회가 사후적으로라도 책임져야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대가 어렵게 가족과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조달한 1억원 남짓한 돈들이 허공에 날아가고, 만져보지도 못한 금액을 사회에 들어오자마자 빚지고 시작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니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위의 기사는 서울시에서 홍보하고 입주자를 모집한 청년안심주택에서마저 전세보증금을 날린 사례들에 대한 것입니다. 공공임대인줄 알고 믿고 들어갔는데, '공공지원 민간임대'라서 민간인들끼리의 사적 계약이니까 서울시가 책임질 수 없다고 합니다. 교묘한 말장난이죠. 그럼 서울시와 산하 공사에서 홍보를 왜 합니까? 공공임대는 돈이 많이 들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할 수 없으니 사업자에게 일부 지원해주면서 '공공지원'을 붙혔을 것입니다. 공공주택 공급 실적이 필요하니 이걸 또 대대적으로 홍보했겠죠. 아무것도 안하면서 실적은 챙기려고 하는 보신주의가 이런 괴이한 구조를 낳았겠네요. 적어도 그렇게 홍보를 했으면 최소한 등기부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라도 했어야 하는데, 사업구조를 보니 그럴수도 없었을 겁니다. 사업자는 돈을 빌려서 신축건물을 짓고 임대보증금을 받아서 상환하는 구조였을텐데 공공지원을 받았으니 시세대로 못받았거나 변동상황이 있었겠죠. 지으면서부터 토지에 담보가 잡혀있기 때문에, 혹은 준공이후에 금융기관부터 담보설정을 하기 때문에 임차인들이 애초에 선순위가 될 수가 없었을 겁니다. 적어도 이런 리스크에 대해서는 서울시에서 공지라도 해줬어야 되는거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해 전 국토부장관이 젊은이들이 등기부안보고 덜렁 계약한 측면이 없지 않다 고 망언을 했다가 뒤늦게 사과를 한적이 있습니다. 현실을 모르면 기름에 불붓는 말이라도 말아야 될텐데 참 딱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럼 젊은이들은 등기부 보는 법을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할까요. 설사 등기부를 본다 한들 최근 전세사기 사건처럼 매매가 자체가 허위로 책정되고 실거래가격 가늠도 하기 어려운 물건이라면 어떻게 적정전세가를 추정해야 할까요. 아직도 실거래가가 인터넷에서 정확히 조회안되는 빌라나 다가구가 전체 세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에서, 그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장관이 하는 말이라고는 참 믿기 어려울만큼 경박했습니다.
청년에 대한 현금성 지원 정책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쏟아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정책적 관심이 덜한 20~30대에 대해 공공영역에서 지원을 하는 건 그럴수 있다고 쳐도, 지나치게 현상유지적 정책에 현금을 쏟아붓는게 아닌가 의아하기도 합니다. 미래에 청년들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거나 청년들이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떻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로드맵을 제시하는 정책지원이 아니라 당장 청년들이 아쉬운 부분을 돈으로 메꿔주려는 굉장히 편리한 탁상행정같은 느낌이 듭니다. 청년들에게 월세를 지원하는건 당장 청년들의 고통을 덜어줄순 있겠지만 시장을 교란시키고 결국 임대료를 상승시켜 실질부담을 다시 올려놓습니다.
정말 필요한 지원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경제지식, 청년들이 알아야할 금융상식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등기부보는 법,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상식 등 기본적인 법률지식은 물론이고 경제와 부동산의 움직임, 정부의 주택정책, 주거사다리 개념, 앞으로 인생설계와 그에 맞는 주거환경 설계 등 다양한 컨설팅이 청년들에게 필요합니다. 앞으로 공공의 영역에서 '청년들 주거문제를 해소하겠다' 같은 허황된 슬로건이 아닌 이런 솔직한 정책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