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서, 또는 유투브를 통해서 대략적으로 알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GPT와 Perflexity, 제미나이 세 개의 AI 창을 열어놓고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기대치가 높았음에도 결과는 그 기대를 초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시간 남짓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답변을 정리해보니 책을 5~6권 속독한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다음세대는 이런 것들이 너무 자연스러운 시대를 살게 되는구나, 하는 감탄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럼 모든 지식의 습득 통로가 AI가 되는건가? 아니 지식 습득 자체가 효용이 적어지는 시대가 되는건가? 하는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생각해보니 AI가 굉장히 혁신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지식습득의 출발점이 '내'가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가 필요한 지식을 요구하면 AI가 잘 정리된 답변을 내놓고, 추가적으로 궁금해할 법하거나 보충이 필요한 포인트를 추천해주기 때문에 관련내용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요점만 간추려서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는 보고서를 받아보는 기분입니다. 내가 머릿속에서 정리하기에도 용이하게 되어 있습니다. 책을 보고 요점을 찾고 정리해서 글쓰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AI가 이 정도로 발전했다면 우리는 지식을 습득하거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걸까? 책을 읽는건 굉장히 능동적인 지적 활동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이 설정한 프레임을 내가 수용하는 전제 하에서 내가 필요한 지식을 찾아야 하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AI를 통해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내 질문을 굳이 책을 통해 찾는 수고로움을 사람들이 받아들일까 하는 의문입니다. 점점, 시대가 가면 갈수록 책의 기능적인 효용은 줄어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묵지를 형식화하고 지식을 다음세대에 전달하는 책의 기능적인 역할은 AI로 대체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약화되는 평균 문해력을 보면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책은 이제 문화적 자본으로의 가치가 더 커질 것입니다. 책을 읽는다는것 자체가 단편적인 질문과 답변에서 벗어나 사회의 다양한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의 범주 자체를 넓힐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책을 읽는다는것, 서점에 간다는 것 자체가 개인의 사고능력을 증명하는 상징자본으로 기능하는 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