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관련 이야기

by 에프오

유투브에서 한동안 인기가 많았던 '공무원 퇴사한 이유' 를 보면 삼분의 이 이상이 민원 대응을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민원대응이 굉장히 기피하는 업무입니다. 고질적으로 민원이 많은 부서는 그만큼 직원들이 가기싫어하고 있는 직원들도 잡아두기가 어렵습니다. 티비에서 보듯이 민원실에서 행패를 부리거나 욕설, 폭력을 일삼는 진상 민원인이 있으면 당연히 더더욱 힘들겠지만, 그정도가 아니더라도 민원으로 인한 업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습니다.


민원대응이라는게 어감에서 느껴지는것처럼 단순히 민원인의 전화나 대면 상담에 응대하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대부분 민원은 국민신문고 등 온라인으로 신청이 들어오고 정보공개요청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을 어떻게 해야되는지 건건이 검토해야 합니다. 민원내용과 관련된 부서와 담당자를 정하고 내용을 파악하고, 관련법규를 검토해서 수용이 가능한 일인지 결정합니다. 정보공개 청구가 있을 경우 일단 '정보가 있는지'부터 검토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정보공개 청구 요구가 매우 추상적으로 '~~관련자료 일체'같은 식으로 들어오기때문에 관련 정보 여부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 관련 정보가 없다고 답변이 나가면 어차피 다시 재차 동일한 내용에 문구만 바꿔서 다시 청구가 들어오기 때문에 가능하면 연관된 내용을 찾아서라도 공개하려고 합니다. 물론 그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공개 대상인지 검토하고, 공개범위를 결정해서 통보합니다. 요청정보 분량이 한두장인 경우는 극히 드물고 많게는 천 페이지씩 공개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민원 대응을 전문적으로 하는 부서를 지정해서 일차민원을 소화하고 있지만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부서마다 각자 민원대응을 하라고 하면 업무부담이 과중해집니다.


최근에는 어떤 민원인이 자기 소유 토지를 매입해달라면서 민원 및 정보공개 청구를 백여 건 해온 사례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민원인은 다른 부서의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민원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직원인지 여부도 민원담당 부서만 알수 있는 일이지만, 해도 너무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는지 알음알음 그런 소문이 밖으로 흘러나왔습니다. 물론 뭐 그렇다고 민원을 받는 입장에서 과잉민원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저 요구가 오는대로 정보공개를 하고 청구에 대해 인용할 수 없어서 죄송하다는 답변을 반복하는 것이죠. 민원으로 인한 직원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동료 직원이 그런식으로 민원제기를 한다는게 참 씁쓸한 일이고, 또 한편으로는 익명성에 숨어서 자기 이익을 관철하는데만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에게 화도 나고 그렇습니다.


권위주의 정치가 오래 지속된 우리 과거역사의 특성때문에 관의 문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민주화 이후 지난 수십년간 최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취지로 공공서비스의 제공의 양과 질이 크게 늘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지나친 서비스제공을 요구하는 일부 민원인들의 태도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민원 관련 문제의 본질은 요청자의 요구 대비 대응해야되는 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뒤늦게 범부처 차원에서 민원대응 직원들의 보호방안 같은 것들이 얘기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불합리한 민원에 대한 강경한 처벌 같은 내용은 없고 직원들의 심리상담 지원 같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내용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시민들의 상식적인 요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행정이라는 이상은 언제쯤 실현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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