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입직한지 몇년 안되는 직원 한분이 진지하게 상담을 해왔습니다. 자기 직렬이 승진도 늦고 폐쇄적인 분위기를 오랫동안 견디기 어려울거 같은데 차라리 직렬을 바꿔서 시험을 보는게 어떨까 하는 얘기였습니다. 공직이든 민간기업이든 한번 정한 진로가 몇년 일한 사이에 뭔가 아닌것 같다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생각은 하는 사람입니다만 결정은 항상 신중해야한다고 답하곤 합니다.
먼저 그 직원이 처한 상황을
1. 개인이 지금 당장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 혹은 지금은 괜찮은데 앞으로가 걱정되는 것인지
2. 그게 업종의 문제인지 조직의 문제인지 파트의 문제인지
3. 결정을 할 시점이 지금인지 정도로 구분해서 질문해보았습니다.
그 직원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1. 지금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가 막막하다.
2. 조직전체적으로는 만족할거같다. 파트의 문제다.
3. 하려면 빨리해야되나? 고민된다.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1. 지금 당장 못견딜 정도라면 휴직을 하든 휴가를 쓰든 일단 보장된 제도를 활용해서 내 상황에서 멀어지려고 애써라. 떨어져서 보는 것과 당면해서 보는건 많이 다르다. 그리고 만약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문제는 미리 단정하지 마라.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1,2년 후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2. 업종이나 조직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면 일단 50점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파트의 문제는 조직 전체가 괜찮다면 (얼마든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부분 고쳐나갈수 있는 여지가 있을거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뭔가 아니다 싶으면 결정은 빨리해라. 다만 퇴직 등 배수진을 치고 인생을 걸지 말고 최대한 출근 전 퇴근 이후 시간을 활용해서 자투리 공부를 해라. 이미 마음먹었다면 사회생활에 필요한 부수적인 관계들을 차단하겠다는 칼같은 마음을 갖고 미래에만 매진해라.
생각보다 자기가 종사하고 있는 업종, 회사, 부서에 만족하는 사람은 정말 찾기 어렵습니다. 다들 그러고 사니까 좀 참아라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입장에 처해 있건, 어떤 생각으로 이 직업을 택했건 간에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은 반드시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럴때는 최대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이 뭘까를 고민하면서 방향을 잡아가야 합니다. 감정적인 후폭풍을 겪지 않고 조직과 등지지 않으면서 나에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상황에 대한 분석을 최대한 자세히 해봐야됩니다.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선택지를 만들고 그것이 나에게 미칠 영향과 내가 해야할 일을 상상해야 합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생각보다 그 직원의 표정은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름의 뿌듯함이 있었지만, 그게 그 직원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있습니다. 그러나 똑똑한 친구니 그 정도의 조언만으로도 훨씬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