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물개가 되다!
물속에 들어가면 들어가기 전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자유롭게 헤엄을 치는 것을 상상했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면 물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생과 많이 비슷하다. 다들 말하지 않는가 근심 걱정은 붙잡아 매어두라고. 그렇지만 어디 그런가 늘 걱정거리가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있지 않던가 말이다.
몇 해만에 수영을 다시 시작하던 2주 전만 하더라도 두 바퀴 간신히 돌았다. 음파음파 숨을 힘껏 쉬며 도는데도 두 바퀴가 한계였다. 수영을 배우던 시절, 시작부터 물에 뛰어들었던 상급자들이 50분 내내 물속에서 쉬지 않고 자유형을 하던 걸 생각하면 난 겨우 두 바퀴 그러니까 2~3분 밖에 물 위에 떠있지 못했다는 거다. 두 주만에 5바퀴를 돌았으니 몇 달 후엔 나도 반시간쯤은 끄덕 없이 돌 수 있겠지. 언젠가는 그들처럼 나도 한 시간 내내 물개처럼 레인을 돌고 있겠지.
동생이 경매로 집을 사겠다고 해서 어제와 오늘 좇아가봤다. 오늘 낙찰을 받았다. 해당 지방법원 법정에 가서 입찰 서류와 돈봉투 그리고 대봉투를 받아서 작성하고 봉투에 보증금을 넣고, 도장을 찍은 다음 신분증을 보여주며 제출하면 된다. 입찰 전 별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임장까지 마치고 나서 당일 생각하고 있던 가격을 써낸다. 동생 덕에 생전 가볼 일 없을 것 같았던 서초동 서울 중앙지방 법원에 가봤다.
나도 두 번이나 입찰에 참여해 봤다. 모두 2등으로 떨어졌다. 정확한 분석을 했지만 터무니없이 높게 쓴 사람들 때문에 떨어진 것이다. 역시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일엔 때가 있고 또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이제 과정을 즐겨야 할 나이다. 결과에 집착하면 몸이 망가질 수도 있다. 골프도 수영도 인생도 과정을 꼼꼼하게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