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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식음일지

고등어구이

와인과 떡볶이

by 정태산이높다하되

어제 점심에는 고등어 구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밥에 육즙이 살아있는 고등어 살점을 얹어서 입속에 넣으니 물고기 특유의 풍미가 입 안 가득 찬다. 기분 좋은 짠맛도.


솥밥에 고등어 반마리, 잡채, 나물부침개를 비롯한 푸짐한 반찬들을 죄다 포함 가격은 13,000원, 어버이날 뒷날이다보니 식당은 어르신들로 꽉 찼다.


자식들과 보낸 연휴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젠 친구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였을 거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 그리고 가족들과는 육식 위주로 했을테니 친구들과는 생선구이가 적당했을 것이고.


비린내를 가셔내기 위해 커피를 한잔 마셨다. 커피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


저녁은 회사 식구들과 와인을 마셨다. 치즈파인애플을 구워먹고, 명란젓마요네즈를 얹은 비스킷, 약식 소고기 스테이크, 떡볶이, 알감자 구이 등을 안주로 먹으면서 셋이서 와인을 3병이나 마셨다.


난 동료들을 기다리면서 맥주를 먼저 한잔 하고 난 후여서인지 꽤 취해버렸다.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 직원들 뒷담화를 하다보니 세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오늘 와인한잔'이라는 와인 레스토랑 체인점에서였다. 봄날 활짝 열어젓힌 창가에 앉아 마시고 먹다보니 마치 야외에서 노는 기분이 들었다. 한잔 하면 세상이 손바닥만 하게 느껴진다. 왠만한 일들도 우습게 여겨진다.


사람들은 그래서 술을 마신다. 이성은 마비되고 감성은 폭발한다. 우리는 와인집에서 나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식음일지를 쓰다보니 살려고 먹는다기 보다 먹으려고 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도 여행도 놀이도 모두 먹는 것을 빼고는 진행되지 않는다.


어쨌든 몸 속에 들어간 것들을 기록하는 사이 가려움증는 서서히 사라져간다. 먹은 것에 반응하는 몸을 생각하니 그간 내가 너무 몸을 혹사 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그동안 먹은 것들이 누적이 되서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 아닐까? 젊어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나이 들어서 증세가 나타나니 말이다.


몸이 강하게 주장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는 가려서 먹어라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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