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너무 많아 정작 먹고 싶은 것이 없어진 시대
아침 6시에 일어나면 음양탕을 마신다. 온수와 냉수를 절반씩 따르면 음양탕이 된다. 왠지 마시기 편하다. 일어나자마자 찬물을 마시는 것보다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음양탕, 좋다.
오늘 수영을 하면서 든 생각, 몸이 왜 이리 무겁지?
어제는 월요일, 수영장이 쉬는 날이다. 토일월, 3일을 쉬고 다시 시작하는 날이라서 그런 것도 같고, 또 한 가지 이유는 간밤에 늦은 저녁을 먹고 덩달아 잠도 늦게 잤기 때문인지도.
소증(素症)
요즘 고기반찬은 기본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고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를 읽다 보면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의 식음 생활상도 볼 수 있다. 소증이란 말도 이 책에서 만났다. 서민들은 추석이나 설 또는 혼인, 제사 같은 년에 몇 번 안 되는 특별한 날이나 돼야 돼지나 소를 잡아 소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소증(素症)은 푸성귀(식물)만 먹고 지내다 보니 고기가 먹고 싶어지는 증상이다. 그러므로 소증은 된장이나 간장, 나물, 곡물 등으로만 식사를 하던 고기가 귀하던 시절에나 있었던 증상이다.
요즘은 거꾸로 고기를 하도 먹어서 야채나 과일이 먹고 싶어지는 시절이다. 동물의 왕국에서 보니 사자나 호랑이도 먹이사슬에 있는 동물을 잡아먹은 후 소화를 위해 풀을 뜯어먹더라.
어제 점심에 청국장 세트를 먹었는데 이 세트에 제육볶음이 달려 나왔다. 친구와 함께 한 저녁식사에도 삼겹살, 목살, 항정살 등이 섞여 나오는 돼지고기 모듬구이를 먹었다.
30~40년 전만 해도 소증은 존재하던 증상이었다. 현재는 완전히 사라진 말이 됐지만.
오렌지 하나를 까먹으면서 이 오렌지의 국적은 어딜까 생각한다. 로컬푸드나 슬로푸드가 우리 농산물을 먹자는 신토불이와 통하는 조어라는 생각도 한다.
50여 년 전 충청도 산골짜기에 살던 외할머니가 가족들의 소증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종일 고생해서 두부를 만들었다. 고기대신 먹을 수 있도록.
콩이 두부가 되는 과정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다. 다만 엄청난 정성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확신할 수 있다. 손수 재배한 콩과 집 마당에서 솟구치는 지하수, 맷돌과 외할머니의 노동력, 그리고 하염없는 시간이 재료였다. 그렇게 만든 두부가 바로 로컬푸드이자 슬로푸드였다.
(이제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로컬푸드, 손두부의 명장, 외할머니가 작년 95세를 일기로 돌아가셨다. 박경리 선생과 동시대 사람이었으니 외할머니는 <토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중 한 명이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