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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Jun 17. 2024

일류의 조건

이 책의 핵심은 에필로그에 있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뭘 잘하지?', 어린 시절, 내가 인생을 걸고 노력했던 것은 있다. 어학공부가 그랬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외우고 또 외웠던 기억.


그런데 잘 되지 않았다. 실력이 그냥 그랬다. 일 년을 해도 안 한 사람들하고 큰 차이가 없어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으니.


잘할 것 같아서 자신 있게 코 큰 사람들 앞에 서는 데까지는 용기를 낼 수 있었지만 입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이지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뇌와 심장을 쥐어 짤 정도로 열심히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어쨌든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 바람에 취직도 하고 자리도 잡았다. 출장을 무시로 다니던 시절에는 영어가 유창하다는 칭창도 들어봤다. 무식한 노력으로 이룬 것은 거기까지.


그러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 정성이면 미국사람처럼 영국사람처럼 됐어야 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던가.


사이토 다카시가 쓴 책, <일류의 조건>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됐다. 좀 더 나은 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왕 영혼을 갈아 넣을 거면 철저한 계획과 그에 따른 매뉴얼이 있어야 했다는 것을.


투포환 선수가 쇳덩이를 던지기 전 한참 동안 명상을 하는 이유, 때로는 과학적 원리에 위배되는 도제시스템이 더 효율적인 이유, 테니스 선수가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야 하는 이유, 탁구 시합에서는 힘이 달리고 나이도 어린 선수가 얼마든지 우승할 수 있는 이유!


들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해법을 찾게 되는 과정은 참 재미도 있고 설득력도 있으며 실제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피부에 와닿는다.


전문가가 되는 과정은 약간 전문 연극배우가 되는 과정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대본을 본다. 대사를 외우고 지문에 따른 행동을 익힌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대사와 함께 들어가고 나오고 다가가고 물러서고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배우는 극 중 인물로 동화된다. 관객은 배우를 본다기보다는 극 중 인물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괴테가 숙달과정을 10행 정도 되는 시구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후배에게 말했다는 대목은 대문호조차도 뭔가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일차원적 방법을 알기 위해 애썼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동질감과 끊임없는 노력에 감동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나는 훨씬 더 빨리 영어회화에 능숙해졌을 것 같다. 대화과정을 먼저 대본처럼 만들어본다.


실제 대화를 시도하면서 가급적 연기하는 배우처럼 미국인이나 영국인을 흉내 내면서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훨씬 더 빠르게 영어가 익숙해지고 마치 나의 모국어처럼 말하게 되지 않았을까?


지식을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 이렇게 세 가지 요소가 숙달에 이르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말하고 있다.


무언가 잘하는 사람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훔친다는 것이다. 훔친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이 아닐까. 혹은 훔치고 싶을 만큼 어떤 기술이나 재주가 너무나도 매력적이거나 말이다. 또, 정작 필살기라고 불리는 화룡점정에 해당하는 기술은 결국, 훔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요약을 잘하는 사람은 핵심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다. 그날 하루, 아니면 책 한 권, 누군가와의 미팅, 회의 등에서 핵심을 짚어낼 수 있다면 그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양질의 정보와 기술 또는 재주를 습득할 수 있다.


마음먹은 일은 참 쉽다. 하지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 심장과 뇌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필요한데 여기에 필요한 재료가 추진력이다.


숙달을 위한 기술 소개

복수관점적 기술: 내적 감감과 시각적 정보를 개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한 가지 현실을 다원적으로 접근하며 풀어가는 방식. 숙달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느낌과 객관적인 정보의 조화다. 117쪽


자신의 오류를 깨달을 수 있는 인식력: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을 현미경과 망원경으로 동시에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 131쪽


스타일이란 일관된 변형작용: 함수 y=f(x) 같은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x에 어떤 수를 넣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f라는 일정한 변형작용을 통해 y라는 값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144쪽


요시다 겐코.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말라. 어리석은 사람은 타인에게 깊이 의지함으로써 원망하고 화를 낸다. 210쪽


분노라는 것의 본질: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생리적 혐오감; 수용의 폭을 협소하게 한다. 분노에 휩싸인 본인만 손해.


에필로그


인간의 에너지를 조달 측면이 아닌 연소 측면, 즉 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모자란 자들, 이른바 소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특징은,


‘태연자약하게 지내는 법을 모르니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계속 움직인다.'(305쪽), 그래서 '소인은 가난한 때에는 나약하지만 부유하게 되면 교만해진다.'는 것이다.


사이토 다카시 주장의 핵심은 '에너지의 완전한 연소'가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것. 특히, 노인들의 경우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결국, 에너지를 제대로 발산할 기회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


‘자기 생에 주어진 에너지를 완벽하게 고갈시키고, 심신에 기분 좋은 피로감이 나른하게 퍼지는 상태라면, 죽음조차 편하게 맞을 수 있을 것 같다'(307쪽)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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