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집을 나갔어!

바니로부터 온 문자

by 정태산이높다하되

며칠전 저녁 딸기(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이름)가 집을 나갔다고 했다.

내가 가 있는 동안에도 딸기는 여러 번 집을 나갔었고, 그때마다 곧이어 잡아(?)들였기에 별 생각없이 하던 일에 집중했다.

그런데 목 뒷덜미로 찬바람이 휭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렇지, 그랬다면 바니가 태평양 너머로까지 카톡을 날리지는 않았을거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 것은 목덜미에 남아있던 냉기가 가실 무렵이었다. 골든타임을 놓쳤구나.


아내에게 보이스톡을 신청했다.

딸기는 이틀 전 밤 늦게 집을 나갔고 여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내가 뜨악했던 것은 아내와 바니가 별로 놀라지 않고 있다는 기색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한테 심려를 끼치기 싫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데 아내가 말했다.


"아마 딴 집에서 잘 키우고 있을거야"

"엥?"

"딸기는 워낙 누구든 사람만 보면 잘 따르고, 또 여기선 귀한 품종이니까~ 게다가 고양이는 밖에 내놓을 일 없이 집안에서 키우니까 못 찾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누구든 잘 키운다면 됐지요 뭐."


체념이었다. 말 속엔 이미 깊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독립해 나가살고 있던 아들도 낮에 집에 와서 몇 시간 동안 동네를 헤매다가 돌아갔다고 한다. 눈이 시뻘개져서.

바니도 담담했다. "돌아올거야. 전에도 그랬는데 뭘."

애써 현실을 부정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영상 속 표정을 송출했을 속내를 가늠하다 잠들어야 하는 밤이 깊어갔다.


'아! 딸기가 돌아오지 않는날에는 난리가 날텐데~~~'


함께 산 세월은 햇수로 9년이다. 정확히는 8년 몇 개월쯤 될텐데....

생후 7개월쯤 됐을땐 가지고 놀던, 다죽어가던 벌에 주둥이를 쏘이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기간이라 동물병원도 죄다 문을 닫은 바람에 응급병원으로 가야했더랬다. 천불 넘게 병원비를 내고 돌아오면서 천불이 났던 일이 엊그제 같다.

"Your pet is our family" 는 병원 벼름빡에 붙어있던 원훈(motto)이다.


딸기가 우리집으로 입양되자마자 온집안은 고양이(ragdoll) 털로 장식됐고 -그래서 아들은 데이트를 나갈라치면 옷을 깔끔하게 손질한 후 딸기가 닿지 않을 곳에 고이 모셔둬야 했다, 그런데 나가려고보면 어느샌가 딸기가 그 위에 앉아있곤 했다-

밤마다 야옹거리는 소리에 시달려야 했지만 나마저도 적응을 하고 말았다.


방에서 거실에서 앞마당 뒷마당에서 어슬렁거리는 녀석이 어느덧 가족 구성원이 된 것이다.

소식에 걱정은 내게도 점점 깊이 스며들었다.

꿈속에서 하염없이 뭔가를 좇는 꿈을 꿨으니 말이다.


뛰어넘으려고 올라선 담벼락 위에서 멀리 보이는 집 모퉁이뒤로 감춘 짐승의 몸이 남긴 꼬리 일부를 발견하고 조급하게 뛰어내리려다 침대에서 굴러 떨어질 뻔 한 것이다.


할수 없다 할수없어. 주문을 외듯하며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날이 반복됐다.


그러고도 이틀이나 흐른 뒤에

문자가 도착했다.


"아빠, 딸기 찾았어."

문자와 함께 도착한 사진 속에는 바니가 안고 있는 딸기가 들어있었다.


아내의 설명에 따르면,

"혹시 몰라서 앞마당 문을 열어놓고 지냈어요. 그런데 간밤 새벽 3시쯤에 '야옹'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고 나갔지 모예요. 버선발로 마당을 가로지르는데 아무래도 딸기 같은거야. 대문 밖에서 보니까 저 앞에서 녀석이 ‘엄마’하면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딸기는 돌아왔다.

고양이 특성상 한번 집을 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나흘만에 집에 돌아온 딸기는 몸에 흙 한알갱이 묻지 않은, 집에 있었을 때와 같은 상태였다고 한다.

누군가의 집에 있다가 틈을 보아 나온것이리라.


딸기가 돌아온 날 오후, 퇴근하는 사무실 주차장에서 나도 모르게 탭댄스를 추다가 그만 옆차에서 웃으면서 내리는 운전자와 눈인사를 해야했다.


"딸기가 돌아와서요~" 속으로 한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