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 사계
애들레이드 타운홀에서 어제, 비발디 <사계> 공연이 있었다. 캔들라이트(Candle Light)라는 부제가 붙은 공연이었다. 첼로 1대, 비올라 1대, 바이올린 2대의 각 연주자들이 수 백개의 촛불(실제로는 전구)로 장식된 무대위에서 설명과 함께 진행하는 현악기 4중주(Quartet) 공연이었다. 중앙에 무대가 마련되었고, 무대 주변으로 약 200여 명의 객석을 배치한 소박해 보이는 공연이었지만, 평일 저녁에도 불구하고 빈자리 하나 없이 꽉찬 관객들의 정성이 인상적이었다. 콘서트 개최 시간은 봄비가 광풍과 함께 몰아친 직후인, 저녁 시간이었다. 우리는 '봄'을 들으면서 비바람을 맞고 쳐졌던 기분이 한껏 고양되는 것을 경험했다.
나와 딸은 연주자들과 불과 2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연주자들의 손놀림은 물론, 숨소리와 몸짓 하나하나가 만들어 내는 공연을 관람하는 일은, 그간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신음하던 나에게 위로가 되는 뜻 깊은 행사였다.
표제음악(program music)은 "음악 외적인 이야기를 음악으로 묘사하는 예술 음악의 한 종류"라고 하는데, 간 밤에 감상한 <사계>가 바로 이 표제음악의 전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콰르텟을 리드하는 바이올린 연주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연주 시작 전에, 음악이 각 계절을 어떤 방식으로 묘사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빨간머리 신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는 18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성직자였다. 몸이 허약해서 미사를 주관하기는 어려웠고, 그래서 작곡과 바이올린 연주를 할 수 있는 성가음악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리고 베네치아의 피에타 고아원에서 합주단을 결성해 이끌었다고 하는데 이 부모 없는 여자 어린이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음악에 스토리를 입히고, 부모 없는 아이들의 훌륭한 음악선생님이었던 빨간 머리 신부는 1741년, 빈에서 객사한다. 오스트리아 황제 카를 6세의 후원을 철석같이 믿고 모든 것을 정리해 비엔나로 떠났지만, 카를 6세가 급 사망하게 된다. 가난에 허덕이던 비발디는 말 안장을 만드는 기술자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세상을 떴고, 안장공들이 묻히는 묘지에 묻혔다. 그의 불운한 말년은 그의 밝고 경쾌한 음악과 대비되어 또한 매우 극적이다.
콰르텟은 <4계>, 전 악장을 연주하고 퇴장했다. 공연시간은 약 1시간.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고개를 젖힌 채 조는 할아버지 관객이 있었고, 사 계절 중 가을까지 연주가 끝났는데, 그제서야 입장하는 관객도 있었다. 그 커플은 4계 중 우리나라 가수,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에 삽입되어 유명해진, ‘겨울’ 연주만 듣고 쓸쓸하게 귀가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