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Diary in Adelaide

전략적 접근(90)

by 정태산이높다하되

골프는 치밀한 작전이 필요한 게임이다. "골프에서 50퍼센트는 이미지, 40퍼센트는 셋업, 그리고 나머지 10퍼센트가 스윙이다." 라고, 117승에 빛나는 위대한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말했다.


매 순간 선택과 포기의 순간에서 갈등하게 되는 것이 골프라는 운동의 특성이기 때문에 그는 이런 말을 남긴 것이다.


코스 매니지먼트

일단, 오늘은 블루 티에서 티오프를 해야 하고 바람도 강하다. 파 4홀의 경우 어차피 대부분의 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릴 수 있는 확률은 낮은 날이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잘 칠 수 있는 샷 위주로 구사해야 한다. 바람을 타지 않는 샷도 구사해야 한다. 두 번째 샷은 대부분 아이언을 잡고 볼을 오른발 쪽에 놓고 찍어치면 낮게 멀리 보낼 수 있다.


오늘은 철저하게 잘할 수 있는 샷을 구사하기로 야무지게 마음먹었다. 쓸데없이 모험을 하지 말자. 차근차근 점수를 모아보자. 드라이버를 치고 나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려고 하지 말고 위험요소들(바람, 필드의 굴곡, 나무, 페널티 구역)은 피하자. 70퍼센트 이상의 확률이 아니라면 시도조차 하지 말자.


한 홀에서 무조건 2점을 확보하자. 게임 방식은 스테이블포드, 목표 점수는 36점이다. 내 핸디가 20이니까 매홀 보기 이상을 해야 2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첫 홀에서 더블보기가 나왔고 점수는 1점을 얻는데 그쳤다.


두 번째 홀, 16미터 길이의 파 3홀에서 티샷이 훅이 나면서 나무를 맞고 그대로 좌측 언덕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신중하게 친 두 번째 어프로치가 홀에 붙었다. 파를 하면서 3점을 챙겼다. 티샷 난조가 5번째 홀까지 이어졌지만 리커버리를 하면서 꾸준히 점수를 쌓는 데 성공한다.

우측으로 휘어진 첫 번째 홀

도그렉 홀이 많고, 좌우로 아름드리나무들이 가지를 벌리고 있기 때문에 두 번째 샷이나 세 번째 샷을 하면서 공을 낮게 보내거나 중간에 레이업을 해서 어프로치를 했다. 무모한 도전을 참으면서 끝까지 인내했다.


아이언 샷 위주로 차분하게 하다 보니 방향성이 좋아지고 스윙이 부드러워졌다. 짧은 어프로치를 계속하게 되니 홀 근처에 갖다 붙이는 확률도 높아졌다. 선순환이 계속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역시 골프는 전략과 인내를 배우는 운동이다.


멤버

폴이라는 빌더(건축업), 선장 출신의 론, 치과의사였던 스티브가 오늘의 동반자였다. 론과 스티브는 은퇴를 했고, 폴은 현역으로 뛰고 있었다. 폴과 스티브는 호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고 했고, 론은 파키스탄에서 이민을 왔다고 했다. 4시간 이상 함께 운동을 하다 보면 사람 파악이 어느 정도는 된다.


치과의사였던 스티브는 전혀 골프를 배우지 않고 애초부터 무작정 채를 들고 나왔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샷이 엉망이었다. 등치도 작은 사람이 버기(골프채를 싣는 카트) 없이 무거운 골프백을 등에 매고 다녔다.


있는 사람들이 더한다더니만,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인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작태였다. 몇 백 불이면 기본 장비를 갖추기에 충분한 돈이다. 레슨도 받지 않고 연습도 하지 않으며 필요한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나오면 재미가 있을 수 없다. 결국 그는 지쳤고, 게임을 포기해야 했다. 상대방의 스코어만 기록하며 홀마다 주 질러 앉아 쉬는 것이었다.


한편 선장 출신, 은 매우 준비가 철저했다. 고령(75세)에도 불구하고 매홀 신중하게 샷을 했다. 꼼꼼하게 디봇 정리도 하고 그린 위에서는 공이 떨어지며 패인 자국을 정리하기도 했다. 골프는 매너 운동이다.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론의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다행히 론이 나의 스코어링 파트너였다.


빌더, 폴은 타수를 속였다. 더블인데 보기라고 하고, 펜스에 걸린 볼을 벌타 없이 몰래 빼놓고 쳤다. 오스몬드 골프클럽에서 보기 힘든 유형의 플레이어였다.

4번 홀(파3)에서 핀 가까이 붙여 버디를 했다


정신력은 체력에서

"Mens sana in corpore sano"는 라틴어 격언인데,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생겨난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선조들은 마음이라는 것이 몸과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의 영웅, 히딩크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정신력이 강하다는 말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짧은 훈련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신체능력이 그의 생각보다 형편없었고 당연히 정신력이라는 것도 허상에 불과하다고 독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목표 점수 36점을 채우고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골프 스윙을 할 때 보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이 몸을 위아래로 들썩인다. 백스윙을 하면서 들썩 거리면 처음 몇 홀은 그런대로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홀이 거듭되면서 지치면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한다. 하체와 상체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제대로 된 타격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 애들레이드에서는 18홀을 채를 실은 카트를 움직이면서 걷고 뛰며 샷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초체력이 필수다. 나도 항상 마지막 몇 홀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것이 정신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체력의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됐다.


턱걸이와 런지로 상하체 단련을 꾸준히 했더니 좋은 결과가 생겼다. 특히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었음에도 내 플레이는 견고했다. 3 퍼트를 한 홀과 나무 밑으로 몇 번 들어간 바람에 트리플을 한 홀을 제외하면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날이었다. 꾸준히 기초체력을 닦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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