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절반이 폼(92)
연습
주말인 내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래서 토요일 라운딩 취소하고, 오전에 예약 없이 골프장을 찾았다. 조인 가능한 팀은 언제든 있으니까.
핸디가 13 언저리인 분들 셋이서 플레이를 시작하려고 하길래 조인했다. 고수들하고 플레이를 하면 배울 것이 많다.
간밤에 느낌이 왔기 때문에 실전에서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느린 동작으로 스윙을 연습해 본 것이다.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라고 해서 천천히 근육에 동작 하나하나를 각인시키는 훈련이다.
드라이버를 가지고 그립을 제대로 잡는다. 어드레스를 해서 셋업 자세를 완벽하게 만든다. 그리고 공 가까이 드라이버 헤드 페이스를 대고 테이크 어웨이를 한다. 그다음 타깃 투 라인(target to line), 허리 높이로 헤드를 보내고 그립 끝이 타깃을 향하게 한 후 손을 귀 높이까지 올려 백스윙을 완성한다.
이제 백스윙 탑에서 공까지 가는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귀 높이에 있던 손을 허리 높이로 내린다. 그리고 클럽 헤드가 반원을 그리듯 이동하면 헤드가 허리 높이에서 공 뒷면으로 향한다. 머리는 공 뒤에 고정시킨 후 클럽 헤드를 타깃 방향으로 뻗어준다. 그리고 몸을 세우면서 배꼽이 타깃을 보도록 움직이면 팔로우까지 완성.
이러한 일련의 동작을 한 시간이 넘게 반복했더니 스윙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공 뒤에서 타깃 방향으로 힘차게 클럽 헤드를 뿌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클럽을 생긴 대로 놓고 그립을 잡는데 생각보다 공과 나 사이의 간격이 멀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제까지 드라이버 샷을 하면서 공을 멀리 보내고 싶은 욕심에 공과 스탠스의 거리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훅이나 슬라이스의 원인도 알게 됐다.
실전
연습한 대로 티샷을 해봤는데 드라이버 샷이 전과는 전혀 달리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면서 거리도 제대로 나기 시작했다. 방향성과 거리가 확보되니 스윙에 자신감이 붙고 아이언 샷으로 하는 그린 공략도 쉬워졌다. 전체적으로 플레이의 완성도가 생겼다.
무엇보다 힘이 들지 않았다. 셋업을 하면서 모든 클럽을 생긴 대로 놓고 상체를 너무 숙이지 않았다. 상체를 살짝만 숙이고 무릎도 굽힌 듯 아닌 듯 아주 살짝만 굽힌다.
그러면 전체적인 폼이 좋아지고 날아가는 공의 탄도와 방향에 일관성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헤드를 떨구게 되고 골반이 돌면서 공을 때리는 타구감도 좋아진다.
아웃 오브 바운드(Out of Bound)가 마지막 홀에서 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드라이버 샷이 마음에 든 라운딩이었다. 어프로치와 퍼팅에서 실수가 몇 번 나오면서 고득점 획득에는 실패.
하지만 34점이면 나쁘지 않은 점수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굴곡이 심한 마운트 오스몬드 골프장에서 보기 플레이면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오늘은 핸디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날이다.
멤버
나를 팀에 넣어준 플레이어들은 팀, 존, 데이비드, 이렇게 세 분이었다. 팀은 국영기업에서 교통과 관련된 업무를 하다가 작년에 은퇴를 했다고 한다.
존은 여성 신발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데 그의 아들이 아직 서른이 안돼서 사업을 맡기지 못하고 자신이 돌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연세가 많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면서도 플레이를 꽤 잘했다.
존은 아주 친절한 분이었다. 그는 우리가 플레이하고 있는 마운트 오스몬드 골프클럽이 1927년 오픈된 아주 전통 있는 클럽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존 또한 거의 50년 가까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주 어렸을 때 부친을 따라다녔다고. 경치가 좋은 골프클럽은 주말에는 가끔 결혼식장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골프
그래서 이곳 애들레이드 사람들은 골프를 언제 어떻게 배우는 게 보통이냐 물어보니 어린 시절에 시작한 사람들은 대부분 아버지한테서 배우는 경우가 많았고, 은퇴하면서 취미로 시작한 사람들은 골프장에서 서비스하는 아카데미에 등록해 배운다고 했다.
기본 과정을 한 달쯤 이수하면 라운딩을 바로 시작한다. 호주에서야 필드에서 하는 골프 라운딩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금방 골프 플레이에 적응을 한다고.
호주에서는 은퇴한 분들 중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는 분들이 꽤 많다. 그것은 골프가 많이 걸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체력에도 도움이 되지만, 계산하고 판단하고 조절해야 하는 운동이기도 하니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라틴어 '팽팽하게 조이다'라는 말에서 기원했단다. 1954년 캐나다 의사 Hans Selye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카테콜라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혈압을 상승시키고, 코티솔이란 물질은 간에서 포도당을 생성하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곳 사람들도 공이 안 맞으면 별의별 욕을 다한다. "Bloody Hell", "Gabage", "Shit", "What the f**ker" 등등. 심지어는 채를 집어던지기도 한다. 괴력의 덩치 큰 백인들이 그럴 땐 때론 무섭기도 하다. 나나 그들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골프를 왜 할까?
스스로를 학대하던 플레이어들은 그 홀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으면서 동반자들의 굿샷을 축하해준다. 골프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제공하니 좋은 운동일까? 아무튼 골프는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운동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