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89)
체력과 정신력
알면 알수록 어려운 운동이 골프다. 내 비거리가 덜 나가는 이유를 알았다. 운동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려서 야구나 축구를 할 때도 공을 남들보다 월등히 멀리 던지거나 차지 못했다.
골프만 유독 공을 멀리 보낼 수 있으리라고 믿은 것은 잘못이다. 그래서 나는 공을 정확히 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드라이버를 치고, 아이언을 친 다음, 세 번째로 숏 아이언을 쳐서 어프로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세 번만에 그린에 공을 올린다. 그날의 숏게임 능력과 운에 따라 파나 보기, 그리고 더블보기의 개수가 결정된다.
모든 샷은 거리와 방향이 중요하다. 잘 맞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겨냥했다면 공은 나무 밑이나 옆의 다른 페어웨이에 떨어진다. 그러면 아무리 리커버리를 잘해도 더블보기가 나온다. 신중하게 끝까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리고 내 몸을 내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자괴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멤버
어제 나의 스코어링 파트너는 셰프였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데이비드라는 40대 초반의 젊은 친구였다.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으로 어마어마한 거리를 내는 장타자였다.
그의 핸디가 10이니 완벽한 싱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거의 프로 선수와 같은 엄청난 비거리와 공 타격 기술을 보여주었다.
전반 9홀에서는 내가 비슷하게 데이비드를 좇아갔지만 후반 9홀에서 그는 1 언더를 쳤고 나는 10개나 오버했다. 그는 완벽한 프로였다. 강한 어깨에서 비롯되는 엄청난 비거리와 아이언 샷의 기교가 일품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것이 많았다.
한 샷 한 샷 마다 집중하는 데이비드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골프란 운동도 제대로 하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한 훈련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골프는 힘을 빼고 설렁설렁 쳐야 한다고 하지만, 실은 골프란 운동은 바닥에 가만히 놓여있는 공과 자신의 몸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잘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래서 PGA 대회에서 8번이나 우승한 최경주 프로는 아마추어 플레이어들에게 그립을 꽉 쥐어야 한다고 하고 공도 세게 치라고 권한다. 어제는 골프라는 운동이 정적이면서 동시에 동적인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