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Diary in Adelaide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by 정태산이높다하되

딸이 방학을 맞았다. 학기 중에는 딸을 오전에 깨우고, 씻고 나서 아침 먹는 모습을 보고 문밖까지 또 때로는 학교까지 배웅하다 보면 골프장에 갈 수 있는 날은 두 번 뿐이었다.


방학을 했으니 이제 나는 골프 유학 왔다 생각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대한 골프장으로 출근할 생각이다. 그린피가 비싼 한국을 생각하면 여기서 자주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긴 뜨거운 여름이 됐다. 골프 카트와 함께 걷다 보면 온몸이 엿가락처럼 힘 없이 쳐지는 느낌이다. 경기에 참여해 스코어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7불을 낸다. 순위권에 들면 물론 상금도 있다.


그동안 유튜브를 보면서 집 뒷마당에서 꾸준히 연습을 했다. 연습한 결과를 시험해 보기 위해 지난 화요일과 오늘 이렇게 이틀 동안 골프장에 다녀왔다.

14일 성적, 2등

연이은 결과가 85타, 84타! 핸디를 적용한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14일엔 2등, 16일엔 1등을 했다. 훌륭한 성적이다. 한 번이 아니고 연속 80대 중반 스코어를 적어냈으니 이것은 우연이 아닌 실력이란 의미다. 꾸준히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다면 호주 공식 핸디를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목표 핸디캡은 10이다. 캐디 없이, 그리고 컨시드(오케이 거리) 없이 쳐야 하기 때문에 호주 공식 핸디가 10이 되면, 한국에서는 완벽한 싱글이 될 수 있다.


드라이버

내 생각엔 아마추어 골프는 당일 게임의 시작이 좋아야 한다. 시작이 좋아야 한다는 의미는 첫 티샷을 하기 전에 몸을 충분히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몸통과 팔다리, 즉 전신의 모세혈관까지 피가 돌도록 워밍업을 해야 한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면 보통 20분쯤 지나서 침을 뺀다. 20분은 전신의 혈액과 기가 한 바퀴 도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니 최소한 20분 이상 몸을 풀어주어야 한다.


드라이버는 골프채 중에서 가장 긴 채다. 스윙을 할 때 몸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으면 빗나가기 십상이다. 그래서 몸을 풀어줘야 하고 스윙을 할 땐 자신이 평소에 주의하고자 결심한 한 가지만 생각한다.


왼쪽 어깨의 턴이 됐든, 하체 고정이 됐든 어느 한 가지만 생각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정해놓고 스윙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눈이 공이 놓인 지점을 채가 지나가고도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목 코킹이나 어드레스 자세, 볼과 몸의 거리 등은 평소에 연습할 때 꾸준히 신경을 쓰면서 하는 것이고 일단 타석에 들어서서는 오로지 한 가지만 생각해야 한다. 머릿속에 잡념을 제거해야 플레이가 잘 된다.


숏게임

어떻게든 그린 근처에 공을 보내 놨다면, 이제 어프로치와 퍼터다. 이 두 가지는 연습한 만큼 효과를 보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마추어는 별로 없다. 그런데 결과는 대부분 썩 좋지가 않다.


20-30미터 어프로치를 10번 하면 7번 이상은 홀에 붙여서 한 번의 퍼팅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 스코어가 좋아진다. 어프로치는 늘 52도를 사용하자. 56도, 60도는 벙커샷에나 필요한 클럽이다.


52도를 열고 닫고 오른발 왼발에 놓고 치는 연습을 하면 다른 웨지를 잡을 필요가 없다. 52도에 써져 있는 대문자 A가 어프로치(Approach)의 첫 자다.


그리고 파온, 즉 두 번 만에 퍼팅을 할 수 있게 공을 그린에 올려놓은 경우엔 무조건 2번 만에 홀 속에 공을 집어넣어야 한다. 어프로치와 퍼팅은 꾸준한 연습과 정신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벙커샷은 경상도 사투리 쓰는 정기범 프로의 유튜브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린 옆 벙커에서 채를 열고 어쩌고 할 것 없이 핀 방향으로 공 뒤를 찍어치면 된다. 아마추어의 벙커샷은 탈출이 목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14일과 오늘, 확 달라진 나의 게임

일단 18홀을 돌면서 까다로운 홀들에 대한 공략을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1번, 3번, 8번, 10번, 11번, 13번, 18번까지 7개 홀에 대한 공략을 보수적으로 할지 공격적으로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보수적으로 날씨가 좋으면 공격적으로 한다. 물론, 몸 상태도 반영해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반드시 안전하게 공략한다.

16일 오늘, 1등

14일 나의 핸디캡은 18.91, 블루티였다. 파 par를 7개나 잡았다. 더블 보기는 4개에 그쳤다. 스코어는 85타,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만족스러웠다. 숏퍼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던 것이 주효했다.

핸디를 감안한 스테이블 포드 점수는 무려 40점이었다. 158명이 참가한 경기에서 2등을 했다. 공식 핸디가 즉각 17.4로 줄어들었다.


꾸준히 빈스윙 연습을 했더니 아이언 샷이 날카로워졌다. 역시 헤드 무게를 느끼라는 임진한 프로의 조언은 불변의 진리다. 헤드가 떨어지는 그 충격으로 공의 거리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헤드가 떨어지는 동안 골반이 돌면서 헤드가 공을 가격하도록 하는 기술을 터득해야 공이 헤드 페이스에 쩍 달라붙는 듯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16일 오늘 나의 핸디캡은 17.4! 화이트 티였다. 스테이블 포드 방식으로는 홀당 정확히 1타씩을 보상받는다. 18홀 내내 보기플레이를 하면 36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오늘 점수는 무려 41점이었다. 나의 핸디에서 무려 5타를 줄인 것이다. 드디어 우승. 오늘은 화이트 티였고, 참가자가 화요일보다 훨씬 적은 101명이었지만 1등은 1등이니까 몹시 기쁜 날이다. 꾸준한 연습이 진가를 발휘한 날이기도 하고.


일단 시작은 별로였다. 골프장에서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니 그린을 보수했다. 에어레이션이라고 해서 그린 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어 공기를 통하게 해서 잔디가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표면이 울퉁불퉁한 자국이 생겼고 숏퍼트도 자꾸 빗나갔다.


첫 홀을 보기로 마쳤고, 두 번째 홀 파3에서는 아주 짧은 숏퍼트를 놓치면서 더블 보기를 했다. 그 여파로 3번 홀 드라이버샷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볼이 나무숲으로 들어갔다. 트리플을 하면서 점수를 챙기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겼다. 왠지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습한 데로 하면 잘할 수 있을 듯한 긍정적 생각이 들면서 공을 어떻게 때릴까 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홀을 거듭할수록 플레이가 잘 됐다. 후반에는 버디를 두 개나 잡았다. 후반 9홀에서 1개를 오버했으니 거의 프로와 같은 플레이를 했다고 자부한다.


오늘의 우승 비결을 소개한다.


첫째, 샷을 할 때는 자신이 믿는 한 가지만 생각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망한다.


둘째, 퍼팅은 반드시 홀(핀)을 기준으로 공이 있는 위치의 반대 편에서 라인을 확인한다. 공이 어떤 방향과 속도로 홀로 진입할지 홀을 4 등분해서 라인을 확정한다. 그 라인을 믿고 쳐야 한다.


셋째, 드라이버 샷이든 아이언샷이든 공을 치고 난 다음 필드 위를 걸을 때 가슴을 펴고 항문에 힘을 주고 심호흡을 하면서 걷는다. 그렇게 하면 따로 운동할 필요도 없고 다음 샷 할 때 도움된다.


넷째, 샷을 하기 전 모든 상황에서 동서남북을 생각하자. 동서는 좌우를, 남북은 내리막 오르막을 의미한다. 동서남북을 속으로 되내면서 네 가지를 동시에 체크하고 나서 샷을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