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you seen the movie, Parasite?
출장 다니던 시절까지 포함하면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이나 유럽, 호주 사람들을 접한 지가 사반세기가 넘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코리아Korea가 핫hot 했던 적이 있던가?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한국이란 나라가 중국하고 일본 사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긴 했지만 2~3년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한국은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고 있는 극동 아시아의 힘없고 가난한 작은 나라였을 뿐이다. 나는 늘 그들에게 설명했다. "북한이 위험하다기 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가난하고 불쌍한 나라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잘 발달되어 있다.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어가는 잘 살게 된 나라다." 등등 그들이 듣건 말건 출장이든 여행이든 만나는 사람들한테 그렇게 얘기하고 다녔다.
이곳 애들레이드는 오세아니아 대륙에서도 변방의 소도시다. 이곳에서 가족들이 지낸 지 만 1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은 이 지역 사람들하고 대화를 해도 북한 리스크에 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질문도 짜증스럽기 그지없는 "넌 남한에서 왔니 북한에서 왔니?"를 습관적으로 묻는 백인들이 많았다. 알고보면 이곳의 백인들 절반 이상이 1,2차 세계대전 후 피폐해진 이탈리아나 독일, 터키 그리고 동유럽 여러나라를 등지고 이주해온 사람들이었다.
해외에서 지내다 보면 국토가 분단됐다는 사실이 얼마나 한심스러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같은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분단 상황과 통일된 상황을 비교해보면 어떤 쪽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자명하다.
코리아 방역 시스템 & 오징어 게임 & 기생충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유명해졌을 때만 해도, 또 방탄소년단이 비틀스 이상의 세계적 명성을 얻었을 때도 이곳의 어른들은 한국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 방역과 <오징어 게임>부터는 다르다.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촌구석에까지 코리아의 저력이 퍼지고 있는 중이다.
넓디넓은 호주의 인구는 2천만 언저리 밖에 안된다. 그리고 일찌감치 국경을 봉쇄했고, 6개 주의 경계도 오랫동안 넘나들기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전, 주 경계와 국경의 봉쇄를 풀자마자 호주 전체로 보면 5천명을 넘겼다. 그리고 이곳 인구 100만이 채 안 되는 애들레이드도 서너 명에 불과하던 하루 확진자 수가 엊그제 112명을 넘겼다.
이쯤 되면 한 번도 국경 봉쇄를 한 적이 없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방역 시스템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모범 방역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어제의 골프게임 중에는 치과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40대 중반의 스티브라는 동반자가 내게 <오징어 게임>을 봤느냐고 물었다. 매우 흥미로웠다고 했다. 자신의 딸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는 것이다.
심지어 드라마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과 달고나 뽑기까지 시도해 봤다는 거다.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동양인(Asian)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 않았다. 한국사람(Korean)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또, 한 동반자 앤드류는 최근에 은퇴한 60대 초반의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분이었는데 플레이 중에 내게 물었다. 영화, <기생충>을 봤냐고... 며칠 전 넷플릭스를 통해 봤는데 인상적이었다는 거다. 의미는 물론이고 작품의 완성도까지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자신은 프랑스 작품을 좋아하는데 한국 작품이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한국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아주 세련된 느낌을 주는 나라가 됐다. 축구선수 손흥민의 인기는 그야말로 세계적이다. 또 우리나라 여자 프로골프 선수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여자골프대회(LPGA)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자 프로선수들이 항상 랭킹 10위권 내에 포진하는 모습에 이곳 사람들도 깊은 인상을 받는다.
도대체 어떻게 한국 여자선수들은 완벽한 스윙과 정신력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해한다. 이 부문이 궁금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 위기가 된 코로나19 사태가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에게는 선진국으로 직행하게 되는 기회가 됐다.
인구 5천만이 넘는 나라 가운데 1년 넘게 확진자 숫자를 몇 백 명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국가는 없다.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 순간에도 여전히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핸디캡 컨트롤 보다는 대화가 중요했던 라운딩
어제 스테이블 포드 게임에서 내 점수는 35점이었다. 내 핸디(16)에서 1개 오버를 한 것이니까 89타를 친 것이다.
어제 게임은 동반자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느라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처음으로 골프보다 대화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스코어도 괜찮았고, 코로나 걱정이 있긴 했지만 라운딩이 끝나고 멤버들이 모여서 감자칩에다가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했다. 못다 한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서였다.
동반자 중 나보다 두어 살 많은 싱가포르 사람이 있는데 그의 이름은 줄리언(Julian, Tea)이다. 같은 동양인이기도 하고 또 그가 한국을 몹시 좋아하기도 해서 얼마 전부터 나와 한 팀이 되어 라운딩을 하고 있다.
그의 핸디는 나보다 6쯤 높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고수 대접을 받고 있다. 내 스윙과 자세에 inspired, 즉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제는 뜻하지 않게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드높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