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업

돈 헤드업!!!

by 정태산이높다하되

아마추어 골퍼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헤드업이다. 치기도 전에 공이 어디로 가게 될지 궁금하다 보니 공보다 고개가 목표 방향으로 앞서 나가는 현상이다.


공을 치고 나서도 공이 있던 자리를 보고 있으면 골프 클럽의 헤드 페이스에 맞은 공은 알아서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기대한 거리만큼 날아가게 되어있다.


오늘의 플레이는 벙커샷 때문에 아쉬웠다. 전반에 파par를 두 개 하고, 나머지 7개 홀 모두 보기를 기록했다. 괜찮았다. 핸디보다는 잘 친 것이니까.


그런데 후반 9개 홀 중에서 세 개 홀을 더블보기 이상을 기록하면서 점수를 잃고 무너졌다. 세 홀 연속 벙커에 들어간 공을 빼내지 못하고 헤맸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벙커샷을 하기도 했지만, 어떤 벙커는 흙이 많았고, 어떤 벙커는 흙이 딱딱한 바닥에 살짝 도포되어 있어서 한 번에 탈출하지 못했다. 핸디가 13까지 떨어지면서 자만했던 것 같다.


도리스 메르틴의 책, <아비투스>에서 '지식자본'편에 소개된 내용이 생각났다. "비행기 조종사는 첫 800시간 비행 뒤에 사고를 낼 확률이 서서히 높아지고, 의사는 16회에서 20회쯤 수술을 하면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고 한다."는 것이다.


한방에 벙커샷을 탈출할 줄 알게 되면서 오만했다. 핀에 붙이고 싶은 욕심에 헤드업을 한 것이다. 다른 샷에서는 나오지 않던 나쁜 습관이 벙커에서 나오고 말았다.


방심과 자만이 부른 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온몸의 섬세한 움직임을 통제하면서 즐기는 운동이 골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돈 룩업!

영화 <돈룩업>을 보면서 골프 생각을 한 사람은 아마도 나 빼곤 없을 것 같다. 헤드업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돈룩업'은 올려다 보지 말라는 말은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명령어로 사용됐다.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을 올려다보는 사람은 박사와 대학원생 둘 뿐이다. 진실은 밝혀져야 옳지만 어떤 경우에는 극소수의 특권층에게만 전유된 채 일반인들에게는 제한된다.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은 지구와 충돌한다. 2천 년 전 갑작스러운 화산 폭발로 삽시간에 화석이 되어버린 베수비오의 시민들처럼 지구인들은 사라진다. 끝날 것처럼 엔딩 크레디트를 올리던 장면은 갑자기 다른 행성에 도착한 우주선에서 하선하는 유명 인사들로 채워진다.


영화는 대통령과 정부의 관료, 4차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의 리더들, 언론 종사자들 모두를 희화화하고 조롱한다.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대하는 인간들은 오로지 성실한 소시민들이다. 어쩌면 소시민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제대로 살다가 가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혜성에 부딪힌 지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은 사라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영화 <핀치>의 주인공 핀치처럼.


돈 룩엣!

9홀이 지나면서 나쁘지 않은 스코어를 유지하게 되자, 후반 스코어를 미리 계산하고 스코어 카드를 자꾸 들여다보았다.

13,14,15홀에서 포인트를 잃었다

파를 네 개 더 하고 나머지를 보기로 끝낼 수 있다면 12개 오버로 플레이를 마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스테이블 포드 점수는 37점쯤 될 테고, 핸디를 한두 개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혼자서 찧고 까불다가 세 홀을 내리 망치고 말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벙커샷을 했으니 잘 될 리가 없었다.


한 홀 한 홀 한 샷 한 샷 집중했어야 했다. 잡념과 산만함으로 결국 핸디에서 4타나 오버하면서 플레이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