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공식 핸디, 19.03->13.5!!!
1월 18일 현재 나의 호주 공식 핸디는 13.6이다. 4개월 전 9월 17일의 핸디는 19.03이었다. 호주에 와서 매주 한번 또는 두 차례씩 라운딩을 하며 스윙을 가다듬은 결과 핸디캡을 약 5타 쯤 줄인 것이다. 한 달에 1타 이상을 줄인 셈이다.
라운딩을 할때마다 기록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실력이 늘었던 것이다. 스윙에 대한 나름의 이론을 정립하려고 애썼고, 코스 매니지먼트에도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최근 친구가 된 줄리안이 매주 라운딩을 함께 할 때마다 바나나와 사과를 내게 줄 것까지 챙겨 왔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애들레이드에서 올해의 마지막 라운딩을 한 오늘도 그가 내 몫까지 런치를 챙겨 온 셈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가 아는 바를 조금씩 알려준 것에 대한 보답인 듯하다.
헤드업을 하지 말 것, 그리고 체중을 실어야 공이 똑바로 멀리 간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된 후 어깨와 힙 턴 요령에 대해 포인트 레슨을 해주었는데 그가 생각보다 잘 받아들였다.
런치박스
영화, <런치 박스>는 인도의 도시, 뭄바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소재로 한 영화다. 가정이나 도시락 가게에서 전문 배달원에 의해 픽업된 수천수만 개의 런치 박스들은 한치의 오차 없이 점심시간 전에 도시락의 주인에게 배달된다.
마치 드라이버에 맞은 골프공이 한치의 오차 없이 페어웨이에 안착하듯, 아내가 정성껏 마련한 도시락은 남편의 직장으로 정확하게 배달되는 것이다.
그런데 배달사고가 발생한다. 유치원생 딸을 둔 젊은 주부, 일라가 싸서 보낸 도시락 가방이 자신의 남편이 아닌 아내와 사별한 홀아비, 사잔에게 배달된 것이다.
일라가 보낸 도시락에는 남편에게 보내는 쪽지가 들어있었다. 사잔과 쪽지, 아니 편지를 교환하며 뜻밖의 펜팔 연애가 시작된다. 남편의 셔츠에서 풍기는 다른 여자의 체취를 맡아버린 일라와 정년퇴임을 앞둔 홀아비이자 일벌레인 사잔은 편지로 서로에게 위로를 교환한다.
사잔의 후배 사원, 셰이크라는 인물이 자신의 어머니가 한 말이라며 사잔에게 들려주는 문장이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번 등장하는데 메타포로서 매우 인상적이다.
“The wrong train sometimes can take you to the right station(destination). 때로는 잘 못 탄 기차가 너를 제대로 맞는 역(목적지)에 데려다줄 수 도 있어."
영화가 시작되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끈이 달린 동그랗고 기다랗게 생긴 도시락 가방들이 가정에서 직장으로 배달되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그야말로 장관이다.
배달원들의 표정, 노동의 고단함을 잊기 위한 일종의 노동요, 자동차에 실려 한 곳으로 모였다가 구역별로 배정된 도시락 꾸러미들을 실은 자전거 페달에 얹힌 시커먼 발들의 움직임, 이런 장면들은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 일라는 가족을 위해 밥을 하고 빨래를 하며 장을 본다. 사잔은 30년 간 한 번도 실수를 해본 적 없는 회계사다.
그런데 행복한 삶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남들에게만 해당되는 듯 보인다. 행복지수가 높은 부탄에서 만나자는 사잔의 제안이 처음엔 얼토당토 안다가도 결국 이해가 되는 이유다.
32점
핸디보다 4타를 오버했다. 우연하게도 줄리언 또한 32점으로 라운딩을 끝냈다. 음료수 한잔씩 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동양인으로서 매너와 솜씨를 발전시키면서 나와 라운딩을 함께 해준 줄리안에게 감사를 표했다.
골프가 흥미로운 운동인 이유는 낯선 사람들과도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도 있다. 4시간 이상 라운딩을 하며 좋은 매너와 실력을 보이면 사람들은 호감을 보인다.
줄리언은 그렇게 친구가 됐다. 와인 비즈니스를 하는 랭스라는 인물도 라운딩을 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나머지 내게 한국에서 애들레이드 와인을 수입해 판매해주면 어떻게느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뭄바이에 사는 일라와 사잔이 행복의 이상향으로 여긴 부탄이란 나라가, 애들레이드에 지내는 동안 나에게는 마운트 오스몬드 골프클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티잉 에어리어에서 그린의 홀까지 채로 공을 배달하는 일도 때로는 뭄바이의 런치박스만큼이나 신비로운 일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잘 못된 스윙은 공을 제대로 목적지에 보내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