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집구석 소녀와 주말 이른 아침 깨부수기

주말 아침 햇살이 뜨겁더라.

커튼을 재끼고 하늘을 보니 푸르른 하늘이 새벽 5시 30분인데도 고마자라며 잠을 깨운다.

재낀 커튼 사이로 비추는 햇살에 눈부시다며 쫑알쫑알 베개와 하나 되어 뒤척거리는 집구석 소녀를 편의점 블루 레모네이드를 사주겠다고 꼬드겨 겨우 시골 논길을 함께 걸었다.

13살 소녀는 이웃집 토토로에서처럼 평온하고 녹색물결이 일렁대는 논길을 평생 한 번은 걷고 싶었다며 다행히 짜증 내지 않고 꽤 먼 거리임에도 편의점까지 함께 잘 걸어가 주었다.

논에 채워진 물 위로 푸른 하늘이 비추는 데

초록과 푸르름이 섞인 묘한 들을 이루더라.

여기저기 새들도 아침을 깨우고 축사에 젖소들도 꿈뻑꿈뻑 큰 눈으로 소녀와 나를 바라본다.

나는 진정되고 치유되고
나의 감각을 정리하기
위해 자연 속으로 갑니다.
​ㅡ존 버너스 ㅡ

3년 전과 크게 변한 건 없는 시골길이건만 여기저기 개발되 흙길이 아닌 포장된 도로 위를 조금 걷다 보니 더위가 스물스물 올라오고 길이라는 게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서는 포장되고 개발되는 게 맞겠지만 자연 그대로의 흙길을 걷던 따스함을 사라진 듯해서 마음 한편이 쓰리다.

마스크를 쓰고 걷는 것도 달라진 상황이지만 여전히 농가 옆으로 많은 축사들로부터 뿜어진 소들의 그것 냄새는 변함없어 새삼 반갑기도 하였다. 소녀와 냄새 안 날 때까지 숨 참아보기도 했지만 마의의 구간으로 까딱하다 숨 못 쉬어 돌아가실 뻔.

도착한 옛날 편의점은 다행히도 문이 열려있었다. 흔히 도시에선 24시간이라 편의점 닫힌 것을 이해 못 할 수도 있지만 시골 편의점은 인적 드문 시간대가 되면 하루의 마감을 하고 닫는다.

7시가 안 된 시간인데 주인장으로 보이는 어르신이 일찍 편의점을 열어주신 덕분에 소녀와 약속한 에이드 한잔, 삼각김밥, 쪼그만 컵라면으로 든든히 충전 후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다시 논길을 따라 돌아왔다.

길가에 일부러 심은 듯한 이쁜 꽃들


한참 논길을 걷다 보니 나온 도로가에 일부러 마을 어르신들이 심어놓은 듯한 꽃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소녀와 나는 눈으로 카메라로 아름다움을 담아본다.

집구석 소녀와 깨부순 주말 이른 아침이 잠시 느려진 삶의 시간들 중 한 조각이 되어 바삐 정신없이 돌아가던 인생의 바퀴에 브레이크로 잠시나마 숨과 쉼을 주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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