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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들지 않았다. 졸뿐

아가냥이 하루 20시간 잠자기

불행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음악과 고양이다
- 알버트 슈바이처ㅡ

TVN의 <맑은 눈의 광인>에서 귀에 이어 플러그를 꽂고 상사들을 포함한 주변 누구의 어떤 소리 차단시켜 막 살아가는 신참의 우픈 코믹스토리가 있는데 우리 집 누리 씨도 아가냥이라 그런가 집 곳곳마다 그녀만의 독보적인 길을 매일 탐색하고 모든 물건들이 남아나지 않고 갈아 헤쳐 버리는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그녀, 누리 씨를 나는 <맑은 눈의 광묘>라 부른다.

세상 선한 맑디맑은 눈을 한 광묘 누리

그녀가 나의 퇴원일과 우연히 맞춰 함께 와서일까 뭔가 좋은 일들만 있을 거 같았는 데  전입신고한 날부터 온 집안 식구들 손과 팔 심지어 옷에 손톱과 이로 그녀만의 흔적들을 강렬히 스케치하고,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지만 덕분에 많이 웃수술 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제한 범위 내에서 맘껏 누리 놀아주기를 해서일까 회복이 빠르다며 금요일에 배액관(피주머니)을 제거하고 실밥 풀기로 한 것을 어제 앞당겨 빼게 되었다.

자는게 아니다 나는 다만 격하게 졸릴 뿐

런 사고뭉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누리는 아가냥이라 20시간을 자야 한단다. 머리만 대면 꾸벅꾸벅 잠을 자지 않으려 머리를 털고 애쓰는 것도 보인다. 하지만 이내 저리도 평온히 주무신다. 꼭 쿠션을 이용해서 기대거나 하고 마치 '죽은 거 아냐'라고 놀랄 만큼 한 자세로 고정해서 잔다. 사람들처럼 때론 잠꼬대도 하고 무섭게 이도 간다. 늦둥이 누리로 인해 요즘 살아낸 의미가 생겨서 행복에 겨워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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