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초과된 쉼터와 과부하 걸린 전담 인력... 단순 신고를 넘어선 구조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아동 학대
누군가는 아동 학대 신고만 들어가면 아이의 삶이 즉시 바뀐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2023년 기준 한 해 동안 약 4만 8천여 건의 학대 신고가 접수되었고, 이 중 2만 5천여 건이 실제 아동 학대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신고와 조사가 끝난 뒤, 아이들이 '안전한 일상'을 되찾았느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불확실하다. 신고 이후의 사후관리 공백, 시설의 부족, 그리고 재학대의 높은 비율은 우리가 단순히 '신고 건수'로서만 아동 학대를 바라볼 수 없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아동학대의 신고 이후 대처의 문제점에 대해 다룬다.
사후 모니터링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가 이루어지고, 학대 여부가 확인되면 개입도 시작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재학대율은 약 15.9%에 달한다.
이는 지속적인 관찰과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발성 조치만으로는 학대를 근절하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아동보호 전담 요원과 사회복지사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의 현실은 열악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 전담요원들이 상담, 건강검진, 심리검사 등 과다한 업무를 떠맡고 있음에도 전문성 향상이나 보수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보호시설의 부족과 한계
아이들이 부모와 분리되는 경우, 아동은 쉼터 또는 보호시설로 보내진다. 그러나 현실의 보호시설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에 매우 제약적이다. 보건복지부 및 국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약 150개의 학대 피해 아동 쉼터가 존재하지만, 전체 정원은 약 1,026명에 불과하며, 이는 연간 쉼터에 입소하는 아동수가 정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라는 지적이 있다.
장애 아동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EBS 취재 보도에 따르면, 학대 피해 장애아동을 위한 전용 쉼터는 전국에 단 10곳뿐이고, 정원은 쉼터당 4명 수준으로,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은 40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입소하기도 쉽지 않아, 일부 아동은 학대원가정에서 계속 머무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한다.
보호시설에는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상담사, 치료사, 생활지도사 등 인력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된 직업 대부분이 만성적인 인력난과 과중한 업무로 기피직업이 되어 있다. 아동 학대를 막고 아이들을 회복시키는 일이 개인의 헌신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대응체계
한국은 아동 학대 대응을 위해 제도적으로 여러 장치를 마련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아동보호 전담 요원과 학대예방 경찰관 제도이다. 각 시군구에는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이 배치되어 조사를 진행하고, 경찰은 APO를 통해 예방과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우선 학대예방경찰관(APO)의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정인이 사건 이후 경찰이 APO를 260명 추가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최근 자료에 따르면 APO 수는 오히려 감소 추세다. 2021년 737명이던 인원이 2023년 8월에는 698명으로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 진흥원에서 진행한 공공 아동보호체계 담당자들 대상 조사에서도, '업무량 과다'(58.4%)와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는 체계 전반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있다는 증거다.
우리 사회는
아동 학대는 어느 한 기관이나 전문가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바라보고 고민해야하는 문제이다. 신고 이후의 사후관리, 보호시설의 여건, 대응체계의 운영처럼 여러요소가 서로 맞물려 있어서, 어느 한 부분만 고쳐서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함께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아동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호받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