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할 수 없는 일들
그녀는 세 개 국어를 한다.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한국어.
그래도 국적은 분명 한국인이다.
그녀는 아침마다 워렌 버핏처럼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듯했다.
그녀의 루틴은 언제나 탄탄했다.
물론 느슨할 때도 많았다 사실 내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패션은 나이키 감성으로 힙하게 입고,
모자는 뒤로 돌려쓰며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
사진도 요즘 스타일로 감각 있게 찍는다.
그녀의 스토리는 언제나 개성이 넘친다.
또 그녀의 첫인상은 똑 부러졌다.
단단하고, 약간은 투박했다.
그래서인지 기가 세 보였고,
처음엔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타입이었다.
아군으로서 적당히 우호적인 관계,
하지만 깊어지고 싶지는 않은… 그런 모범생 스타일.
나랑은 정반대라서,
굳이 다가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딱 ‘그 정도’의 거리감.
그래도 그녀는 아담하고 귀여웠다.
물론 ‘귀엽다’는 말을 싫어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처럼
그녀는 딱 그랬다.
겉은 대나무처럼 단단하지만,
한편으로는 툭 하고 부러질 것 같은
불안한 느낌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말했다.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순간, 우리 모두가 들떴다.
다 함께 축하하고,
그녀가 그 사람과 이어질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근데 의외로,
그녀는 이런 일에는 수줍음이 많았다.
부끄러운 말은 거침없이 하더니, 막상 중요한 상황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었다.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진심으로 응원하게 됐다.
우리들끼리의 대화는 늘 시끄러웠다.
“그냥 고백해 버려!”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아직 썸인지도 확실하지 않으니까, 좀 더 기다려봐.”
그녀는 자신을 자상하게 챙겨주는 그 사람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했다.
마치 주관식 문제 풀 듯,
하나하나 생각을 적듯이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녀.
다른 사람의 연애 이야기는
나와 주변 친구들을 끌어당겼다.
마치 꿀벌이 꽃에 모이듯,
모두가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약간 풋풋한 감정으로 썸인지 쌈인지 하는 그 중간 사이를 오가며 우리는 밤이 깊어지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사실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 순간,
참 솔직한 애구나 싶었다.
‘이게 금사빠구나.’
금방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니까,
난 그냥 아무 감정 없이 그녀를 도와줬다.
우리 팀 동생이니까
그땐 정말 그랬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게
결국 나일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