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우리를 사랑하는 방법

이혼소송 해도 돈은 없다

by 정우다움

기름과 물은 섞이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다. 한 손에는 밑에서 프라이팬을 들고, 또 한 손에는 파스타 면을 든 채 프라이팬에 마늘을 살짝 볶다가 파스타 면을 넣고 물과 오일을 일정한 비율로 맞춰 *만테까레를 하다 보면 물과 오일이 섞여 걸쭉해지기도 한다.


(*만테까레는 이탈리아어로 ‘유화’를 뜻하며, 파스타·리조또 등에서 오일과 면수를 전분으로 결합해 크리미한 소스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혹여라도 기름이랑 오일은 다른 거 아니냐고 묻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럼 당신 말이 맞다. 그래도 전체적인 느낌으로 봐주길 바란다.


주변에서 이상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항상 나오는 말들이 있다.


“너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안 되는 거 아닐까?”

“취미도 좀 비슷하고 성격도 좀 맞고 해야 궁합 잘 맞는 사람 아냐?”

“나랑 너무 다른 사람은 힘들지. 나는 외향형이고 그는 내향형인걸.”


난 고집 세 보이고 거칠고 투박한 느낌보단 청순하면서 여성스럽고 바보스러우면서 귀엽고 예쁜 스타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그녀는 나와는 반대되는 게 너무 많았다.


나는 가사가 예쁜 귀여운 음악을,

그녀는 느낌 좋은 힙한 외국 팝송들만 들었다.

한국 노래는 존박 외에 몇 명을 제외하고는 따로 상종하지 않는 타입인 듯했다.


그 외에도 다른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나를 좋아하는 듯이 보였다.


처음에는 내 착각이겠거니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은 더욱 진실에 가까워졌다.


나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고?

믿을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나를 향한 그녀의 관심에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난 그녀와 함께하는 업무들이 있었기에 여기에 다른 감정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마음도 딱히 없었으니까.


충분히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혹여라도 친구를 잃거나 하면 속상할 테니.


하지만 남녀 관계에서 친구 사이가 어딨냐고.

하지만 서로 몸과 마음을 허용만 하지 않으면 친구 관계는 얼마든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함께 프로젝트 하면서 너무 붙어 있던 탓일까?

어느샌가 그녀를 안고 싶었다.


물론 안고 싶었던 것은 변호인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송강호가 변호사로 성공해서 어릴 적 돈 안 내고 도망갔던 가게로 돌아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돈을 몇 배로 갚으려 하자, 아주머니는 됐다며 사양하시는데 그때 송강호의 얼굴에 감사함과 죄송함이 동시에 묻어나면서 뱉은 말이 있다.


“어무이, 함 안아봐도 되것습니까??”


나도 깊어진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그녀를 안았다.

이렇게 돌아보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 기회를 포기한 것은 나였을지 모른다.


우연히 그녀 옆에 기대 앉아 잠이 들었을 때,

펼쳐져 있던 나의 손에 그녀의 손이 은밀하게 다가왔을 때도

나는 순간 잠에서 깼지만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나중에 영화 같은 것에서 보면

결혼 후 후회하는 남성들의 이런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때 마누라의 손을 잡는 게 아니었는데…! 내 평생의 실수다. 아들아, 넌 신중해라.”


아들은 멋쩍은 듯 코끝을 비비며 말한다.

“아빠, 괜찮아.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거야.”


아들은 도대체 얼마나 살았길래 그런 말을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벌써 시간이 다 됐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하며, 마지막으로 글을 정리해보자면


서로 많이 다르다 해서 문제가 될 게 뭐가 있을까?

외향형이라 밖의 데이트를 좋아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 게 무슨 상관일까?


그럼 그냥 그녀에게 맞추면 되는 게 아닌가?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아 섭섭해하는 것은 동물의 자기애적 생각일 뿐이다.


난 애인이 이렇게 해주길, 저렇게 해주길 하는 그런 바람들을 놓아버리고

있는 그대로 그녀를 사랑하려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사실 별거 없다.

작은 말 하나, 행동 하나에 친절과 자애로움과 유머를 담으면서도

때로는 지적이지만 지혜로우며,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줄 수 있는 open mind면 충분하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다.


너무나 다른 그녀.

그리고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나에게 후회스러운 선택이 될까 봐 두려운가?


아니다. 사실 두려워해야 할 쪽은 그녀다.

나중에 이혼 소송을 하더라도 그녀에게 줄 수 있는 나의 통장 잔고는 0이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래서 오히려 내가 돈을 받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치킨 경품에 당첨된 전기차 한 대를 이별의 의미로 내게 선물해주는 그녀일지도 모른다.


물론 농담이지만, 전기차는 감사히 받는 걸로 하겠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