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 속에 빛

그녀는 괴롭힘 대마왕

by 정우다움

윤슬은 바다 표면에 있는 미세한 파동이 빛을 반사하면서 생겨난다.

물결이 더 크고 강하게 일어날수록 더 많은 빛이 반사되고, 더 많은 윤슬이 생긴다고 한다.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가 더 큰 윤슬을 일으키는 것은 마치 우리의 인생, 그리고 그녀와 닮아 있었다.


늦은 저녁, 우리 집 집주인 아주머니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왔다.

그 문자는 아주머니의 남편분이신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아저씨께서 아주머니를 펜팔 편지로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작년이었는데, 갑작스레 그런 문자를 받으니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그녀와 함께 나누다 보니, 어쩌다 보니 유언에 대한 얘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나는 과거에 유서를 쓴 적이 있었다. 물론 진심으로 죽기 직전에 쓴 것은 아니지만, 내 삶을 돌아보고자 적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여러 번 유서를 썼었고, 잠시 과거로 돌아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얘기를 끝마치고 나서야, 항상 꼿꼿하고 강해 보이던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을 이겨내 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글로 풀 수는 없지만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녀는 강하지만 약했고, 작지만 거대했다.


마치 가장 어두운 밤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빛 한 줄기 같았다.

거친 파도에 더 밝고 크게 일어나는 윤슬과 같은 그녀가 내 옆에 있었다.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다.

하지만 사연팔이를 할 만큼 약하게 살아가기엔, 그녀는 강했고 빛 한 줄기 같았다.

거친 파도에 일으켜진 윤슬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 또한 과거의 후회들이 많았다.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말한다.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지금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줘서 고맙다고.


물론 요즘 내가 그녀를 하도 많이 괴롭혀서 정말 고마울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너무 괴롭힘을 당한 탓일까?

괴롭힘을 당해도 그녀의 입가에는 ‘언제 내가 이렇게 웃어봤지?’라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똑같이 흘러가지 않는다.

강한 자가 약해지기도 하고, 약한 자가 강해지기도 하는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괴롭히는 맛을 알게 된 그녀는 이제는 나를 괴롭히며 미소 짓는다.

아주 무서운 그녀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