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도 아닌 관계에서 함께 야한 영화를 보면
삶이라는 것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삶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어쩌면 세상은 내가 바라는 삶보다 내게 더 좋은 것을 가져다주기 위해 노력 중일지도 모른다.
내가 싫어했던 것이 사실 나에게 이로울 수도 있고, 좋아했던 것이 이롭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니 어느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구분 짓기 어려워졌다.
아니, 사실 그렇게 구분 지으며 살아갈 필요가 있던 걸까?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만약 내가 이전의 내용과 같이 나의 이상형을 고집했다면 지금의 그녀를 만날 수 있었을까?
나의 이상형과 정반대되는 그녀를 말이다.
그녀는 토란을 닮아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 같을 것 같지만,
그녀도 가끔 넘어져서 투정부리는 천상 여자였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세렌디피티.
그녀는 내게 우연을 가장한 인연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의 만남은 결코 연인으로 발전되기에는 매우 힘든 상황 속에서 꽃을 피웠다.
어느 날 그녀와 우연히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재개봉 영화였고, 19금 영화였지만 뭐 솔직히 야해봤자지 하고 그냥 보았다.
여자와 남자가 나와 서로의 몸을 맞대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사실 둘이서 그런 장면들도 쉽지 않았는데,
10대 남성과 30대 남성의 뜨거운 사랑을 그리는 장면들이 터져 나왔다.
아니야… 설마 너희? 그렇고 그런 사이?
이야기는 둘의 러브라인을 향해 끝을 달렸고,
마지막 이별 여행과 동시에 나와 그녀의 사이도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 같았다.
난 난생 처음 여자와 극장에서 야한 영화를 보았고,
하필 그 영화가 게이 영화였다니.
정말 상상치도 못했던 이런 일들이 내게 펼쳐진 것에 그저 웃음만 나왔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그녀도 이 영화를 함께 본 이후, 나와의 관계는 가슴 속 깊이 접어두기로 했으며
이런 내용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영화가 막을 내리고 서로 아무 말 없이 회의를 하기 위해 우린 카페에 앉았지만
서로 말 없이 창가를 바라볼 뿐이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