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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작가 Oct 27. 2024

교통사고, 고통의 기록

갑자기 들이닥친 사고

드드드드드드, 우가가가각, 삐삐삐삐삐삐삐.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순간 현실감이 떨어진 상태에 있다가 곧이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 적은 처음이어서 속으로는 침착해야 한다고 되뇌이면서도 내 몸은 벌써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져들어 벌벌 떨리는 손과 메스꺼움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 일단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어야지.'

깜빡이를 켜고 운전선 차 문을 열고 나가보니 앞 범퍼가 떨어져 나가 있었고 조수석 옆 문에는 파란 색 선과 점들이 그려져 있었다. '웬 파란색?' 하고 앞을 봤더니 파란색 버스가 앞에 깜빡이를 켜고 멈춰 서 있었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이어지는 지점이라 뒤에서 오는 차들이 무서워서 대충 사고현장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버스 기사 아저씨가 와서 본인도 보험 부를테니 나보고도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라고 한다. 

"차량 번호 000인데요. 교통사고가 나서요. 여기가 어디나면.." 내 차량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서 사고 접수를 했다. 곧 갈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사고가 났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했더니 아이고를 연발하다가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한다. 

"교통사고가 나서요. 여기가~" 

내 보험회사와 경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 때 갑자기 렉카가 내 앞에 쓩 나타나 차를 대더니 사람이 한 명 나와 내 쪽으로 온다. 

"사고 나셨죠? 버스 쪽에서 연락 와서 왔는데요. 일단 차를 빼 드릴게요." 

'버스 쪽? 내 보험회사 렉카가 와야 되는 거 아닌가? 사고 현장에서 차를 빼도 되는 건가? 보험사랑 경찰이 와서 현장을 본 다음에 옮겨야 되는거 아닌가?'

내 보험회사와 경찰에 전화해서 물어보았다. "지금 버스 쪽 렉카가 와서 차를 옮기겠다는데 옮겨도 되는 건가요?" 

보험회사와 경찰은 현장 사진 찍은 후 교통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갓길로 이동하라고 했다.

차량을 이동시킨 후 한참이 지나도 보험회사와 경찰차는 오지 않았고, 가고 있는데 차가 너무 많이 막혀서 시간이 좀 더 걸리니 기다려 달라는 전화만 왔다. 

버스 쪽 공업사 렉카가 제일 먼저 도착했고, 그 다음으로 내 보험사 현장출동 서비스, 그 뒤로 경찰차, 마지막으로 렌터카가 도착했다. 심지어 내 보험사 렉카는 사고가 다 정리되고 내가 렌터카로 운전하는 중에 전화가 와서는 지금 가면 되냐고 물어봐서 다 끝났으니 안와도 된다고 했다. 


버스쪽 렉카차를 끌고 온 사람은 명함을 주며 보험회사와 연결된 공업사는 싸게 하고 자신이 있는 공업사는 제대로 수리를 한다며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3일 내 병원을 가라고 권하고, 사고 현장을 보니 버스 과실이 크다, 경찰이 오면 사고 기록은 남겨놓아야 한다, 사고 접수하면 버스 승객과 나 인당 벌점이 15점이고 버스 승객 2인 이상부터는 5점이라 버스 기사가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며 사고 난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을 해 줬다. 누군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될지 알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할 때 옆에서 조언을 해 주니 한편으로는 고단수의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렉카차가 차량 수리는 본인 쪽으로 맡기라고 권하길래 내 보험사랑 연결된 곳이 있을 것 같은데 보험사 도착하면 물어보겠다고 했고, 드디어 보험사에서 도착해서 차량 사고 부위를 여기저기 찍고는 나한테 와서 "수리는 저 쪽에서 하실 거죠?"라고 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차량 수리는 처음 렉카를 끌고 온 공업사가 끌고 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미 여러가지 조언을 받은 터라 굳이 다른 곳에 수리를 맡기기도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다음에 도착한 경찰차에서는 경찰이 내 쪽으로 오자마자 갑자기 뭔가를 훅 들이밀어서 깜짝 놀랐다. 경찰이 "후! 부세요."라고 해서 음주측정기기인 걸 그제서야 알아챘다. 경찰은 음주 측정 후 슥 둘러보더니 보험 접수하라고 하고 가버렸다. 아마 외상 환자가 없는 걸로 보이니 큰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들에게는 늘상 하는 일이겠지만 사고 나서 당황한 상태의 나는 더 당황했고, 아까 사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렉카차 이야기가 떠올라서 경찰차로 쫓아가서 물었다. 

"사고 접수는 된 거죠? 사고 기록은 남겨놓는 거죠?" 

경찰들은 사건 접수 기록을 남겨놓겠다며 다른 곳에 호출이 들어와서 가봐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내 보험사는 내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 후 가져갔고, 차량 수리 기간 동안 렌터카를 탈 수 있도록 불러줬다. 렌터카를 기다리는 동안 보험사 직원과 렉카차 직원은 밖에서 둘이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마치 그 모습이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보였다. 

'원래 이 업계는 서로 다 친한 건가?'

그리곤 버스 기사가 와서 버스 공제회 사무소에 가야 사고 접수가 된다며 먼저 이동하겠다고 한다. 

20여분 정도 뒤 렌터카가 도착해서 카카오톡으로 계약서를 승인하고 이 모든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렌터카 운전선에 다시 앉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사고 난 직후 다시 운전을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렇게 한참 앉아 있자니 렉카차 직원이 와서 "뭐 도와드릴 일 있으세요?" 라고 물어봤다. 내가 없다고 하자 그럼 먼저 이동하겠다고 한다. 렉카차 뒤에 달려 있는 내 차를 보니 참 처량하기 그지 없다. 

'회사로 출근해야 하나? 집으로 가야 하나? 집으로 가려면 다시 40분 이상은 걸릴텐데 엄두가 안 나고.. 일단 가까운 회사로 가자.'


조심조심 운전해서 일단 회사 주차장에 도착하자 안도감이 몰려왔다. '와. 이제 운전 안해도 된다.' 

그리고 이제 내 몸은 괜찮은 건지, 이후 차량 수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걱정도 밀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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