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1학년](12)

오다은, 미안해(연 날리기) / 처음하는 자유등교일 / 다시 돌아온 내짝

by 초인종

2004. 11. 20. 토요일 날씨: 해 그림

오늘 일어난 시간은? 7시 20분 / 어제 잠든 시간은? 10시


제목: 오다은, 미안해!

- 연날리기


나는 가오리연을 만들었다.

운동장에 나가서 날리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잘 못 날렸다. 하지만 조금 있으니까 어느 정도 날릴 수 있게 되었다. 난 잘 못 만들까봐 조심조심 만들었고 조심조심 날렸다. 그런데……. 결국 뭔가 잘못됐는지 연이 찢어지고 말았다. 오다은이 밟아서 찢어진 것이다. 그래서 한 대 때리고 말았다. 너무 화가나서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좀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면 찢어지지 않았을 텐데….

“오다은, 미안해!”



그때 엄마는


세상에, 희담이가 사람을 때렸구나!

무려 20년이나 흘렀으니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근데 왜, 이 날 일기에는 엄마가 안 나오니?

불쌍한 다은이는 그냥 맞기만 했나 보네.

오다은 엄마 그날 엄청 속상했겠다.


(*성인이 되었을 오다은씨에게, 이름이 그대로 인용된 점 이해드려요.)




2004. 11. 27. 토요일 날씨: 해 그림

오늘 일어난 시간은? 7시 00분 / 어제 잠든 시간은? 10시


제목: 처음하는 자유등교일


오늘은 처음하는 자유등교일이다. 나는 학교에 갔다.

그런데 선생님이 “내일은 우리 반으로 오지 않고 6반으로 가거라~!”라고 어제 말해서 6반으로 갔다.

수업은 색종이로 오려서 붙이기도 하고 책도 읽었다. 아주 즐거웠다.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선생님도 오셨다(우리선생님).

선생님이 “승헌아, 희담아, 재미있었니?“ 하고 다정하게 물으셨다.

다음에도 가야지!



그때 엄마는


그래, 요란하게 주5일제 실시 가정통신문이 집으로 왔지.

그때 엄마는 희담이가 또 소수에 속해야 하는 현실이 속상했어.

이런 걸 어려운 말로 자격지심이라고 하는 거지.

하지만 엄마 생각에는 집에 혼자 있기보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있고,

특히 선생님과 함께 있을 수 있으니 당연히 보냈지.

다행히 희담이는 언제나처럼 기죽지 않고 즐겁고 씩씩하게 다녔고.

그래도 그때 소심한 엄마 마음에, 선생님이 친절히 대해주셨다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러고 보니, 맞다, 1학년 때 그 담임선생님, 참 좋은 분이셨지.

희담이가 책 많이 읽는 것도 알고 계셨잖아.




2004. 11. 30. 화요일 날씨: 해 그림

오늘 일어난 시간은? 7시 30분 / 어제 잠든 시간은? 10시


제목: 다시 돌아온 내짝


재원(제원)이들이 돌아왔다.

재원이는 “또 최희담이야?”라고 하며 실망했다.

나도 새로운 짝이 아니라서 실망을 하긴 했지만 재원이도 괜찮다. 재원이는 다혈질인 것 같다.

왜냐하면 흥분을 잘하기 때문이다. 재원이도 내가 끔찍하게 싫지는 않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재원이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잘해줘야겠다.

아마도 재원이 말에 반대하지 않는 게 최선인데, 그럼 나는 답답해서 어쩌지?



그때 엄마는


남자들이란 늘 여자가 이해를 해줘야 하는 건지….

어쨌든 희담이가 엄마보다 참을성도 있고 이해심도 많았네.

그때나 지금이나 엄마는 나 싫다고 하면 두 번도 안 쳐다보는데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지?

희담(希淡)이라 그런가? 물론 아빠를 닮은 거지.


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