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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힘행 Oct 24. 2021

사진 읽기(7)

발견, 재발견

사진을 취미생활로 찾은 다음 내 일상의 변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너무나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는 아름다운 것을 볼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전엔 아름다운 것을 볼 줄 몰랐다.


무엇을 찍을까, 

어떻게 찍을까, 

고민하다 보니 흘겨보았던 장면들을 멈춰서 보기 시작했다.


멈춰서 보았던 것은 쭈그리고 앉아 지켜보게 되었고,

쭈그리고 앉아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못생긴 게 하나도 없었다.

 

세상엔 움직임이 존재한다.

지구 전체가 흔들흔들 잠시도 멈춰있지 않고 동작을 만들어 낸다.

잠시 멈춰 선 자들만이 그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한국 춤을 추는 무용수의 손끝을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는가.

다섯 손가락의 모양이 뻗뻗하게 뻗쳐있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안으로만 들어오지 않고, 

밖으로도 향하고 있는,

 부드럽지만 기세를 느낄 수 있는 곡선의 합이다. 


고개를 들어 나무잎의 향연을 발견했을 때,

 바로 한국 춤을 추는 한 무리의 두 손들이 한들한들 나붓거리는 것 같았다.

  


세상엔 움직임이 존재한다.

지구 전체가 흔들흔들 잠시도 멈춰있지 않고 동작을 만들어 낸다.

잠시 멈춰 선 자들만이 그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사진은 천천히 걷는 삶의 시작이었다.

사진이 정지된 장면이듯이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내게 발견되었다.

 


일 년 열두 달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조물주가 그러하게 만들어놓은 일정대로 살아내는 녀석들을 보면서 반성한다.




반들반들하게 부서지고 깎여서 둥그러진 돌멩이들이 몸으로 보여주는 가르침.

그네들은 수년에 걸쳐서 떨어지고, 내동댕이쳐져서 모가 없어져 버렸다.


비가 오면 그냥 그렇게 비를 맞는 그들을 보면 너무도 의연하다.

인생의 비정함을 견디고, 칠흑 같은 긴 어둠도 묵묵하게 기다리는 끈기가 자랑할 만하다.


창세 이후에 셀 수도 없는 계절의 반복에도 지겹다고 하지 않고,

불평도 없이, 

원망도 없이, 

순하게 응하는 것이 그 본질이니.   



혼자서만 튀려고 하지 않고, 

옆에 있는 이의 움직임에 속도를 맞추는 배려심을 발견한다. 



함께 있으되,

 서로서로 은은하게 닮아 있는 

이 존재들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 

바로 사진 찍기의 여정이다.


내 작은 액자에 그 깊이를 다 담기엔 그저 부족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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