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안개와 계곡, 여름 감성 다 담긴 곳

by 트립젠드

수심이 얕아도 깊은 울림이 있다
이곳에서 여름은 조용히 흘러간다

batch_a%EA%B2%BD%EA%B8%B0_%EA%B0%80%ED%8F%89_%EB%8F%84%EB%A7%88%EC%B9%98%EA%B3%84%EA%B3%A1-4_%EA%B3%B5%EA%B3%B5%EB%88%84%EB%A6%AC_%EC%A0%9C3%EC%9C%A0%ED%98%95-1-1024x683.jpg

출처: 한국관광공사 (가평군 도마치계곡,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저 안쪽엔 뭐가 있을까?” 무심코 따라 들어간 계곡 길, 그러나 점점 더 깊어질수록 발걸음은 느려지고, 주변은 조용해진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숨겨놓은 듯, 수풀 속에 감춰져 있던 물길이 어느새 시야를 가득 채운다.


경기도 최북단, 가평과 포천이 만나는 고요한 산골짜기. ‘도마치계곡’이라는 이름조차 낯선 이 계곡은 수십 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었던 지역이었다.


군부대의 통제에 가려졌던 시간만큼이나, 계곡은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도마치계곡의 시작은 가평 북면 적목리 방향 시내버스 종점, 용수동 마을이다. 3·8교를 지나며 본격적인 계곡 탐방이 시작되는데, 한참을 걷다 보면 물소리는 점점 커지고,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물길이 길게 이어진다.


batch_a%EA%B2%BD%EA%B8%B0_%EA%B0%80%ED%8F%89_%EB%8F%84%EB%A7%88%EC%B9%98%EA%B3%84%EA%B3%A1-3_%EA%B3%B5%EA%B3%B5%EB%88%84%EB%A6%AC_%EC%A0%9C3%EC%9C%A0%ED%98%95-1024x683.jpg

출처: 한국관광공사 (가평군 도마치계곡,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그 중심에는 ‘용소’라 불리는 깊은 소가 자리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은 용이 하늘로 오르던 중 한 여인에게 모습을 들키고 그 자리로 떨어져 만들어졌다고 한다.


단순한 전설이라기보다, 그만큼 비현실적으로 맑고 깊은 물빛이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폭포와 작은 소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마침내 ‘무주채폭포’에 도달한다.


조선시대 무관들이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여름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금도 폭포 아래 서면, 한여름임에도 소름이 돋을 만큼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말없이 흐르는 고요함, 그 안의 청정함

도마치계곡의 가장 큰 매력은 ‘소리’다. 그리고 그 소리는 매우 작고 잔잔하다. 사람들의 고함 소리도, 인위적인 음악도 없다. 오직 물이 흐르는 소리와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만이 배경이 된다.


batch_a%EA%B2%BD%EA%B8%B0_%EA%B0%80%ED%8F%89_%EB%8F%84%EB%A7%88%EC%B9%98%EA%B3%84%EA%B3%A1-7_%EA%B3%B5%EA%B3%B5%EB%88%84%EB%A6%AC_%EC%A0%9C3%EC%9C%A0%ED%98%95-1024x683.jpg

출처: 한국관광공사 (가평군 도마치계곡,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군부대 인접 지역이라 취사나 야영이 금지되어 있고, 그 덕분에 자연은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심코 던진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계곡 바닥, 그 속에서 유유히 노니는 작은 물고기들과, 바위 아래로 몸을 숨긴 가재들까지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초입부터 1km 정도만 올라가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얕은 물가가 나타난다. 물살은 완만하고, 수심도 깊지 않다. 단, 계곡 특성상 바위가 미끄러우니 아쿠아슈즈나 미끄럼 방지 신발은 필수다.


신선이 머물다 갔을 것 같은 그 자리

도마치계곡은 자극적인 재미는 없다. 인파에 치일 일도 없고,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다. 대신 이곳에는 숲과 물,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자연의 속도가 있다.


batch_a%EB%8F%84%EB%A7%88%EC%B9%98%EA%B3%84%EA%B3%A11_%EA%B3%B5%EA%B3%B5%EB%88%84%EB%A6%AC_%EC%A0%9C3%EC%9C%A0%ED%98%95-1024x683.jpg

출처: 한국관광공사 (가평군 도마치계곡)


하루쯤은 스마트폰을 꺼두고, 천천히 계곡을 따라 걸으며 햇살이 반짝이는 물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발을 담그고 있으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계곡’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곳은, 여름날의 피서지를 넘어 진짜 쉼을 원하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공간이다.


도마치계곡은 여전히 조용히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사람들을 그 안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밤하늘 보며 걷는 산책, 이보다 더 특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