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천군 문화관광 (재인폭포)
“저 폭포는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질 것이다.”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재인폭포는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천히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18미터 높이의 거대한 물줄기는 수십만 년 전 용암이 식어 만든 현무암 절벽을 깎고 또 깎으며, 지금의 장관을 완성해냈다.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부곡리에 위치한 재인폭포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절경으로 손꼽힌다.
제주도 천지연폭포와 견줄 만큼 장엄한 물살과 에메랄드빛 소가 어우러진 이 폭포는 연천 9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수량이 불어나 더욱 웅장한 장면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하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동절기에는 오후 4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없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대자연이 빚은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재인폭포는 약 50만 년 전부터 수차례 분출된 용암이 식으며 형성된 현무암 지형 위에 지장봉에서 내려온 하천이 흐르며 만들어진 폭포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재인폭포)
검은 주상절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하얀 물줄기와 그 아래 깊이 5미터의 소용돌이 포트홀은, 자연이 얼마나 오랜 세월에 걸쳐 경이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은 이곳은 주상절리는 물론 하식동굴, 가스튜브, 포트홀 등 다양한 현무암 구조물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로 손꼽힌다.
포트홀은 하천 바닥의 오목한 지형에 생긴 소용돌이로 인해 바위가 깎이며 생기는 구조물인데, 재인폭포에서는 그 깊이와 형태가 특히 뚜렷해 지질답사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현재의 폭포 위치는 과거보다 약 350미터가량 뒤로 물러나 있는데, 이는 물살이 암반을 침식시켜 폭포가 점차 뒤로 이동해왔음을 보여주는 자연의 기록이다.
재인폭포에는 비극적인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인근 마을에 살던 광대 부부는 금실 좋기로 유명했는데, 원님이 아내에게 흑심을 품고 남편에게 폭포 위 외줄타기를 명령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재인폭포)
줄을 타던 남편은 줄이 끊겨 폭포 아래로 떨어져 숨졌고, 아내는 원님의 얼굴을 물어뜯고 자결한다. 이 이야기는 마을 이름이 ‘코문리’였다가 지금의 ‘고문리’가 된 유래로 이어진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외줄타기 실력을 자랑하던 재인이 사람들과 내기를 하다 줄이 끊기며 폭포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는 이야기로 전해진다.
이처럼 재인폭포에는 슬프고도 기이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풍경뿐 아니라 이야기로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폭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유리바닥으로 만들어진 전망대다. 스카이워크 형태의 이 구조물은 아래 펼쳐진 폭포와 협곡의 전경을 발아래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마철이나 물살이 거셀 때 폭포 진입이 어려운 경우에도, 노약자나 어린아이들도 멀리서 절경을 안전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재인폭포)
전망대 옆에는 출렁다리가 새롭게 조성되어 있어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폭포의 압도적인 모습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도 선사한다.
계단을 따라 폭포 아래로 내려가면 협곡 사이로 자라난 울창한 나무와 현무암 절벽, 그리고 물살의 색채가 어우러진 장면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이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운 재인폭포는 접근성도 뛰어나다. 휠체어를 이용한 관람객도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주요 출입구에는 턱이 없으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재인폭포)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전곡 코리아약국 앞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56번 계열 버스(56-1, 56-2, 56-3, 56-8, 56-9번)를 타면 재인폭포 방면으로 향할 수 있다.
버스는 매일 운행되며, 전곡에서 연천으로 이어지는 시외 구간을 따라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문의는 연천군에 위치한 한탄강지질공원 연천센터(전화 031-839-2289)로 가능하며, 보다 자세한 정보는 ‘한탄강지질공원’ 공식 홈페이지 또는 ‘연천군 문화관광’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검은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하얀 물줄기, 에메랄드빛 소, 그리고 그 아래 숨겨진 전설. 재인폭포는 단지 눈으로만 보는 풍경이 아니라,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이야기의 공간이다.
자연이 빚은 시간의 흔적 위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덧입혀져, 이곳은 오늘도 또 다른 방문자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