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이산 벚꽃 풍경)
벚꽃의 계절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진안 마이산은 봄을 다시 불러온다. 4월 말, 전국의 벚꽃이 지고 난 뒤에도 이곳에서는 이제 막 꽃잎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 때문일까. 마이산은 매년 4월 말이면 마지막 봄을 붙잡으려는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그 수만 해도 무려 70만 명 이상이다.
전북 진안에 위치한 마이산은 전국에서 벚꽃이 가장 늦게 피는 명산이다. 이곳은 단지 개화 시기만으로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진안고원 특유의 기후, 20~30년 된 산벚나무가 만든 야생의 풍경, 거기에 80여 기의 돌탑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경관은, 이곳을 단숨에 ‘벚꽃 엔딩의 성지’로 만든다.
마령면 동촌리 이산묘에서 탑사까지 이어지는 2.5km 벚꽃길은 마치 분홍빛 비밀 통로 같다. 사람들은 늦은 봄을 기다리는 이유를 이 길에서 찾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이산 벚꽃 풍경)
마이산의 벚꽃은 4월 말 절정을 맞는다. 이는 진안고원의 높은 고도와 큰 일교차 덕분이다. 이미 수도권과 남부 지역의 벚꽃은 지고 없을 시기, 이곳만은 ‘봄이 남은 곳’이 된다.
벚꽃길은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길 양옆으로는 수십 년 된 산벚나무가 빼곡히 줄지어 있어, 꽃터널처럼 하늘을 덮는다. 걷다 보면 어느새 탑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곳의 돌탑은 눈길을 붙잡는다.
탑사는 이갑용 처사가 평생 동안 염원하며 하나하나 쌓아올린 돌탑으로 가득하다. 총 80여 기, 그중에는 높이가 13m가 넘는 탑도 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석이 정교하게 쌓여 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기도와 시간이 깃든 공간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이산 벚꽃 풍경)
마이산 벚꽃길의 하이라이트는 탑사 아래에 있는 탑영제다. 계곡물이 고여 형성된 인공호수 탑영제는 물결이 잔잔할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수면 위로 마이산 봉우리가 그대로 비치고, 벚꽃나무 가지가 호수를 향해 드리운다. 이 풍경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장면이다.
호수 가장자리엔 벤치도 놓여 있어, 봄볕을 쬐며 잠시 쉬기에도 좋다. 꽃그늘 아래서 맞는 오후의 햇살은 마이산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산길을 걷고, 탑을 둘러본 뒤 이곳에서 한숨 돌리면, 봄이 길어진 듯한 기분이 든다.
마이산도립공원은 단지 벚꽃 명소에 머무르지 않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이산 벚꽃 풍경)
이곳에는 산약초타운, 전시관, 홍삼스파, 홍삼빌 등 편의시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 하루 여행은 물론 1박 2일 일정의 봄여행지로도 적합하다.
전주역에서 연결되는 대중교통, 또는 진안읍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마이산 남부주차장까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벚꽃의 절정 시기와 탑영제의 날씨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에, 출발 전 진안군 관광안내소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벚꽃은 매년 온다. 하지만 모든 벚꽃이 똑같지는 않다. 4월 말, 사람들이 마이산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이미 끝난 줄 알았던 봄이, 이곳에서는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