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처음엔 다들 의아해했다. 비행기도 없이 외국을 다녀온다니,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하지만 이제, 그게 현실이 됐다.
오는 5월 부터 제주도 서귀포 강정항이 ‘준모항’으로 정식 운영되며, 제주가 한국 최초의 크루즈 출발 항이 되는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는다.
단순히 들렀다 가는 기항지가 아닌, 여행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출발지’로서의 위상이 생긴 것이다.
여행 방식 자체가 바뀌는 순간이다. ‘비행기 타고 외국 항구로 가서 크루즈 타는 것’이 당연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제주만 가면 곧바로 외국으로 향하는 크루즈 여행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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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새로운 여행 방식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준모항 크루즈’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운항을 시작하는 크루즈는 중국 국영선사인 아도라 크루즈의 ‘아도라 매직 시티호’로, 총 13만 5천 톤급 규모다. 이 배는 제주를 출발해 중국 상하이, 일본의 후쿠오카·가고시마·나가사키 중 한 곳을 들른 뒤 다시 제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
항차는 연말까지 총 33회에 걸쳐 운항되며,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4박 5일 또는 5박 6일 코스로 진행된다. 매회 약 60명에서 120명의 승객을 태우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해외 크루즈를 이용하려면 먼저 외국 항구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뒤 탑승해야 했다. 하지만 이젠 제주에서 바로 크루즈에 승선하고, 외국을 다녀와 제주로 돌아오는, 새로운 방식의 ‘해외여행’이 가능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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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이번 크루즈 운항을 계기로, 관광 산업의 지형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단지 크루즈 한 척이 드나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제주도는 크루즈 산업을 지역 관광과 연결짓는 본격적인 전략을 가동 중이다.
도내 여행사를 통해 크루즈 상품을 판매하는 한편, 외국인 관광객들도 제주 직항 항공편으로 입국해 크루즈에 승선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서귀포 강정항뿐 아니라 제주시 제주항까지도 준모항으로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도 강화된다. 해양수산부는 강정항에 무인자동심사대를 설치하고, 출입국관리 및 검역 절차를 보다 간편하게 만들기 위한 시스템 개선에 나선다. 승객 편의를 위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과 각종 지원도 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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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제주도가 ‘출발지’로서의 기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단지 관광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제주는 코로나19 이후 크루즈 관광이 가장 빠르게 회복된 지역 중 하나다.
지난해 제주를 기항한 크루즈는 총 279회에 달한다. 2022년 70회에 비하면 4배 가까운 증가세다. 방문객 수는 약 64만 명, 올해는 80만 명 이상이 크루즈를 타고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크루즈 산업은 단순한 레저를 넘어선다. 내국인들에게는 보다 부담 없이 해외를 경험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제주에는 관광 허브로서의 명확한 입지를 마련해주는 전략적 자산이 된다.
‘제주에 간다’는 말이 단순한 국내 여행을 뜻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 그 말은 곧 ‘해외로 나간다’는 뜻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