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두타연 풍경)
전국 곳곳에서 봄꽃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강원도 깊숙한 곳에서도 조용히 문을 여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아무 때나 갈 수 없고, 누구나 들어갈 수 없는 이곳은 여전히 군사적 통제가 남아 있는 지역이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그 길. 전쟁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제한된 이곳에선, 사람이 닿지 못한 덕분에 자연이 원형 그대로 살아남았다.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은 계곡,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헤엄치는 물길, 바람만 스쳐가는 숲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산이다.
그 특별한 공간, 바로 양구 두타연이 지난 4월 1일부터 다시 개방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두타연 풍경)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민간인통제선 안에 위치한 두타연 안보 관광지는 지난 6·25 전쟁 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 왔다.
그 덕분에 두타연은 멸종위기 2급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이자, 1급 산양이 사는 청정 생태지대로 보호받고 있다.
양구군은 4월 1일, 이 지역에 대한 안보 관광을 재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타연 입장은 하루 6차례로 제한되며, 시간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시간 운영된다.
입장 인원은 평일 최대 400명, 주말 및 공휴일, 성수기(5월·10월)에는 최대 800명까지 허용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두타연 풍경)
관광을 위해선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금강산 가는 길 안내소에서 출입 신청서와 서약서를 작성한 뒤 차량 검문을 거쳐야 한다. 이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절차를 동반한 탐방’에 가깝다.
보다 원활한 입장을 원하는 경우, 양구안보관광지 홈페이지를 통해 방문일 기준 2주 전까지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두타연 관광 코스는 과거 금강산으로 향하던 길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금강산 가는 길 안내소에서 시작해 전투위령비, 조각공원, 두타정, 두타사 옛터, 징검다리, 출렁다리, 그리고 두타연 폭포 생태탐방로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단순한 자연 감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길은 전쟁의 상처와 자연의 회복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복원이 아닌 ‘보존’으로 남겨진 이 숲은, 사람이 멈추고 자연이 자라온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두타연 풍경)
양구군 관계자는 “두타연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소중한 자산”이라며, “탐방객이 더 깊이 이곳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관광 해설사 양성, 콘텐츠 강화, 홍보 활동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타연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철저한 통제 아래 보호돼온 자연과, 그 안에 살아가는 생명들을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공간이다.
입장이 까다롭고 하루 인원도 제한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귀하고 기억에 남는다.
‘이곳만 기다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듯, 한 번 다녀온 이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다시 오고 싶다고.
이 봄, 관광보다는 ‘탐방’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여행지를 찾는다면, 두타연이 그 답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