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인정한 보물, 안동 광흥사 고즈넉한 매력
조선 건축의 숨결 깃든 사찰
안동의 시간 머문 응진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예고
출처: 국가유산청 (안동 광흥사 응진전)
안동의 산자락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사찰 하나가 있다. 오랜 세월 굴곡을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당당히 서 있는 건축물은, 말없이 그 시대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정교한 장식과 오래된 기와, 그리고 그 아래 놓인 불상들은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내며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건물은 아무 말 없이도 깊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최근, 이 건물이 국가가 주목하는 문화유산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될 예정이다.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예고
출처: 국가유산청 (안동 광흥사 응진전 현판)
국가유산청은 경상북도 안동시 광흥사 응진전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응진전은 본래 사찰의 부속 전각이었으나, 19세기와 20세기에 걸친 큰 화재 속에서 대웅전이 소실되면서 사찰의 중심 법당 역할을 맡게 된 독특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응진전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사찰 운영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광흥사는 신라 신문왕 때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고찰로, 조선 전기에 불경 간행이 활발하던 안동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창건 연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남아 있는 기록을 통해 조선 중기 이전부터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수차례 중창과 중수를 거치며 사세를 키웠으나, 근현대의 화재와 퇴락으로 많은 건물을 잃었다. 그 가운데 응진전은 사찰의 법맥을 이어주는 중심 공간으로 남아, 학술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건축미와 불전의 조형미
출처: 국가유산청 (안동 광흥사 응진전 단청)
응진전의 건축은 정면 다섯 칸, 측면 두 칸의 구조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팔(八)자 모양을 이루는 팔작지붕을 갖추고 있다.
지붕을 받치는 공포는 기둥 사이사이에 화려하게 배치된 다포 양식으로, 정면에 힘을 실은 장식미가 특징이다.
옆면과 뒷면은 기둥 위에만 공포를 올리고, 꽃무늬가 새겨진 화반으로 장식하여 균형과 단아함을 더했다.
특히 공포는 조선 전기의 전통을 이어받아 중기와 후기에 이르는 불전 건축 양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출처: 국가유산청 (안동 광흥사 응진전 삼존불)
이는 당시 장인들의 건축 기술과 미학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응진전이 보물로 지정될 학술적 이유 중 하나다.
응진전 내부에는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오존불과 16나한상이 함께 봉안되어 있다. 모두 합쳐 42구에 이르는 이 불상들은 16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일반적인 사찰에서 보기 드문 다수의 불상 배치를 보여준다.
불상들의 배치와 조형미는 단순한 신앙의 도구를 넘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광흥사에 깃든 풍경과 시간
출처: 한국관광공사 (안동 광흥사)
광흥사는 학가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어 사찰에 들어서는 길부터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수백 년 세월을 버틴 은행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하는데,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잎이 경내를 수놓으며 안동의 단풍 명소로 손꼽힌다.
응진전을 중심으로 명부전, 종루, 산령각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일부는 현대에 다시 지어져 과거의 풍모를 되살리고 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안동 광흥사)
다만 사찰이 지닌 가장 큰 울림은 화려한 건물이 아닌, 긴 세월을 견디며 이어온 불교 문화의 맥락과 고요한 공간 그 자체다.
또한 광흥사에는 과거 보물로 지정된 불경과 범종 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진전은 여전히 사찰의 주전으로 자리하며, 옛 건축 양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안동 여행의 새로운 발걸음
출처: 국가유산청 (안동 광흥사 응진전 측면)
응진전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한국 불교 건축사 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공간이다. 국가가 지정하는 보물 예고라는 사실은 그 가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동을 찾는 이들은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같은 유교 문화유산을 떠올리지만, 광흥사 응진전에서 불교의 숨결을 마주하는 경험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조용한 산사의 공기 속에서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응진전을 바라보는 순간, 여행자는 자연스레 한국 문화유산의 깊이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