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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이 바다를 닮은 날, 봄이 머문 포항 여행

by 트립젠드

바다 옆 노란 꽃물결 따라 걷다
한반도 최동단, 지금이 절정
축제는 취소돼도 자연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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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포항 유채꽃)


찬란한 봄볕 아래, 바람에 출렁이는 노란 꽃물결은 마치 계절이 건네는 위로처럼 다가온다. 바다와 꽃이 맞닿은 이 풍경은 지금, 전국 어디보다도 빠르게 봄의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한반도 최동단에 위치한 호미곶은 바다의 일출 명소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해마다 4월이면 드넓은 유채꽃밭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또 하나의 봄꽃 성지로 변신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노란빛이 피어났고, 공식 축제가 취소된 상황 속에서도 현장을 찾은 이들은 오히려 한적하고 더 순수한 봄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있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일대에는 현재 약 15만 평(50ha) 규모의 유채꽃밭이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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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포항 유채꽃)


이 꽃밭은 단순히 넓기만 한 것이 아니다. 꽃 사이를 따라 길이 나 있고, 그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압도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탁 트인 수평선과 찬란한 유채꽃이 한 화면 안에 들어오는 이 장면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한 번은 찍어봐야 할 장소’로 손꼽히며, 봄철 SNS 속 단골 등장 배경이기도 하다.


포항시는 앞으로 유채꽃밭을 30만 평 규모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유채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를 메밀꽃과 해바라기가 대신할 예정이다. 즉, 계절 따라 변하는 꽃밭은 봄뿐만 아니라 여름, 가을까지도 발걸음을 부르는 지속형 관광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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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포항 유채꽃)


올해 ‘2025 호미반도 유채꽃 축제’는 아쉽게도 경북 지역 산불 여파로 인해 전면 취소됐다.


하지만 유채꽃밭 자체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그대로 개방되고 있으며, 포항시는 꽃구경을 온 이들을 위해 소규모 체험 부스와 먹거리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비공식 개방’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유채꽃밭은 평일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호미곶을 대표하는 ‘상생의 손’ 조형물 역시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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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포항시


육지에는 왼손, 바다에는 오른손이 마주한 이 상징물은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해돋이 시간과 맞물릴 경우 압도적인 장면을 선사한다.


호미곶은 꽃과 바다만 있는 곳이 아니다. 인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호미곶 등대와 등대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근처 해안길에는 이육사의 ‘청포도’ 시비도 설치돼 있어 문화적 감성을 더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유채꽃과 함께 어우러지며, 이곳을 단순한 봄꽃 명소가 아닌 ‘복합형 여행지’로 만들어주고 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길목, 노란 꽃밭이 깔린 언덕 위를 걷다 보면 굳이 화려한 축제가 없어도 봄이 충분히 느껴진다.


그저 자연이 스스로 차려놓은 계절의 상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에서 봄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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