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관곡지 풍경)
봄 햇살 아래 정적을 품은 연못, 눈에 띄지 않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이곳의 ‘두 번째 전성기’를 예고한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 시흥시. 이곳 관곡지는 조선 시대 문신 강희맹이 중국에서 들여온 연꽃 씨앗으로 국내 최초 재배에 성공한 유서 깊은 장소다. 하지만 단순한 역사적 배경만으로 이곳이 다시 조명받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시흥시가 발표한 159억 원 규모의 ‘연꽃테마파크 명소화 사업’이 이 고요한 공간을 다시 움직이게 하고 있다.
시흥시는 오는 2027년까지 관곡지를 포함한 연꽃테마파크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관곡지 풍경)
기존의 자연 감상 중심 공간에서, 역사와 예술, 생태 체험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연꽃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스토리를 함께 전달할 수 있도록 콘텐츠 중심의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방문객 수도 현재의 연간 12만 명에서 20만 명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특히 관곡지에 피어나는 백련은 끝이 뾰족하고 희미한 색을 띠어 일반 연꽃과는 다른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닌다.
이처럼 ‘연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차별화된 매력을 갖춘 이 공간은 이제 전통과 자연,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번 사업의 일환으로 118억 원을 투입해 연꽃테마파크 내 사유지를 매입하고, 이를 정원과 주차장을 갖춘 공간으로 꾸민 뒤 시흥시에 기부할 예정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관곡지 풍경)
시는 여기에 41억 원을 추가로 들여 4개 테마 정원을 조성하고 관람 동선을 정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계절별 체험 프로그램’이다.
시흥시는 올해 안으로 전통놀이, 생태 체험, 역사 교육, 연꽃 예술작품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며, 단순한 관람을 넘어 ‘참여형 콘텐츠’로 관광의 질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하중택지지구 개발 과정에서 훼손된 녹지를 복원한다는 목적도 함께 갖고 있다.
환경과 지역 역사, 관광을 아우르는 입체적 프로젝트인 셈이다.
비록 지금은 연잎 하나 피지 않은 연못일지라도, 이곳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나란히 흐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관곡지 풍경)
역사적 배경과 계절의 아름다움, 그리고 도시 재생이라는 현대적 비전까지 더해지며, 관곡지는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다시 살아나고 있다.
다가오는 계절, 짧은 드라이브 한 번으로 수도권에서 만날 수 있는 ‘고요한 감동’이 있다면 바로 이곳, 연꽃의 고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