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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명소, 가을에 완성되는 위양지의 아름다움

by 트립젠드

고요히 물든 가을의 연못
밀양이 품은 사색의 공간
사계절 머물고 싶은 위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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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 위양지 가을 풍경)


햇살이 낮게 깔리는 오후, 물가를 따라 퍼지는 잔잔한 바람이 나뭇잎을 흔든다. 물 위에는 노을빛이 번져가고, 그 위로 단풍잎 한 장이 천천히 내려앉는다.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털며 고요를 깨뜨리고, 다시 적막이 감싼다. 오래전 누군가 농사를 위해 쌓았던 둑 위엔 이제 여행자의 발걸음이 대신 머문다.


시간의 결이 느리게 흐르며, 과거와 현재가 한 폭의 풍경처럼 겹쳐지는 이곳, 바로 밀양의 위양지다.


신라의 저수지, 가을 정취로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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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 위양지 가을 풍경)


위양지는 본래 신라 시대에 농업용수를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로, 당시 이름은 ‘양양지’였다. 이후 세월이 흘러 ‘백성을 위한다’는 뜻을 담은 이름, 위양지로 불리게 되었다.


논에 물을 대던 기능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사계절의 풍경을 담은 천연의 수채화로 거듭났다.


연못의 둘레를 따라 늘어선 수목들이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입는다. 특히 가을이면 붉고 노란 잎사귀가 물 위로 떨어져 고요한 수면 위에 은은한 색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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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 위양지 가을 풍경)


주변의 버드나무와 소나무는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듯 푸근하게 공간을 감싸고 있다.


저수지 안에는 다섯 개의 작은 섬이 자리하며, 그중 하나에 세워진 정자 ‘완재정’이 위양지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완재정은 1900년에 안동 권씨 문중에서 세운 정자로, 고요한 수면 위에 떠 있는 듯한 자태가 동양화 한 폭을 연상시킨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한옥 구조의 정자에 앉으면, 바람 소리와 물결의 잔잔한 울림이 마음을 비운다. 이곳은 잠시 멈추어 서서 자연과 시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사계절의 풍경, 그중에서도 봄과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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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 위양지 봄 이팝나무 풍경)


위양지가 ‘밀양 8경’으로 꼽히는 이유는 계절마다 빚어내는 풍광의 다채로움에 있다. 봄에는 하얗게 핀 이팝나무 꽃이 연못을 감싸며 장관을 이룬다.


마치 눈이 내린 듯한 풍경에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아래에서 사진을 남긴다.


이팝나무는 예부터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 알려졌는데, 탐스러운 꽃송이가 갓 지은 쌀밥을 닮았다고 해서 ‘이팝나무’라 불린다.


가을의 위양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단풍이 물드는 시기, 나무와 하늘, 그리고 물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가 유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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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 위양지 가을 풍경)


여행객들은 연못가를 따라 산책하며 그 풍경 속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위양지를 찾은 한 여행객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그림처럼 남는다”고 전했다. 그만큼 이곳은 사진 애호가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다.


또한 주변에는 평탄한 흙길이 이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산책할 수 있다.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접근이 가능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편리하다.


연못 주변에는 작은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사시사철 언제든 찾을 수 있도록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다.


물과 나무, 시간의 풍경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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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 위양지 가을 풍경)


위양지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점이다. 계절이 달라져도 그 고요함은 변하지 않는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저수지를 감싸며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에는 얇은 얼음 위로 햇살이 반사되어 청명한 빛을 낸다.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자연의 호흡이 그대로 전해진다.


저수지 가장자리에 서면 바람이 물결을 흔들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신라 시대 농부들이 논에 물을 대던 그 시절의 풍경이 아득히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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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 위양지 가을 풍경)


위양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가을의 끝자락, 붉은 단풍이 물 위에 흩날리는 지금이야말로 위양지를 가장 고요하게 느낄 수 있는 시기다.


화려한 봄의 이팝꽃이 지나간 자리엔 단풍의 빛이 물든다. 그 색의 온도는 따뜻하고, 그 고요함은 깊다.


위양지는 눈으로만 보는 곳이 아니다. 천천히 걸으며 마음으로 머무는 곳이다. 밀양의 이 오래된 연못은 그렇게, 사계절의 풍경을 품은 채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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