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영주 선비촌)
고즈넉한 돌담길 너머로 기와지붕이 이어지고, 바람결에 묻어나는 은은한 차 향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걷다 보면 오래된 나무 문틈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포근히 감싸온다.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남은 집들이 줄지어 선 그 풍경 속에서, 마치 조선시대로의 짧은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든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은 멀어지고, 느릿한 걸음마다 배움과 여유가 깃드는 곳, 그곳이 바로 영주의 선비촌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영주 선비촌)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에 자리한 선비촌은 우리나라 유교문화의 뿌리라 불리는 소수서원과 맞닿아 있다.
조선시대 선현들의 학문과 삶을 재현하기 위해 조성된 이 마을은, 한옥의 고즈넉한 미와 선비정신의 품격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돌담길을 따라 들어서면 10여 채의 고택이 시대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 있다. 마루 위에 앉아 옛 학자들의 글 읽는 소리를 상상해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배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영주 선비촌)
곳곳에는 선비의 절개와 예절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이 마련되어 있으며, 방문객들은 마치 조선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면 한층 깊은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각 가옥에는 당시 선비들의 생활 방식과 도구들이 남아 있어 교육적인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실제 방문객 중에는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는 후기를 남긴 이도 있다. 아이에게 전통의 가치를 전해주고 싶은 부모라면,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살아 있는 역사 수업’이 될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영주 선비촌)
선비촌은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생활철학과 예절문화를 되새기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예절교육, 전통문화 체험, 어린이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왔다.
특히 다도 선생님과 함께 세작 녹차를 직접 우려내며 예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은 ‘조용한 치유의 시간’으로 기억된다는 방문객의 말처럼, 전통 속 쉼을 느낄 수 있는 대표 체험이었다.
다만 현재는 내부 사정으로 인해 일부 체험 프로그램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방문 전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체험은 잠시 멈췄지만, 마을 곳곳에 배어 있는 전통의 기운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아이와 함께 천천히 걷고, 고택의 마루에 앉아 바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영주 선비촌)
선비촌의 매력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닌 ‘느림’에 있다. 돌담길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마련된 벤치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봄에는 매화와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고택의 처마를 물들인다. 아이들은 흙길을 밟으며 자연과 교감하고, 어른들은 오랜 세월을 품은 고택의 기품에 마음을 기댈 수 있다.
선비촌은 사계절 내내 문을 연다. 동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여름철에는 오후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660원으로 부담이 적다. 주차장은 무료이며 유모차와 휠체어 대여도 가능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편리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영주 선비촌)
무엇보다 선비촌은 소수서원과 함께 한 장의 입장권으로 둘 다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조선의 학문과 예절을 상징하는 소수서원과 전통 생활문화를 느낄 수 있는 선비촌을 함께 둘러보면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선비의 고장 영주에서, 아이와 함께 옛 선현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시간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라 마음을 닦는 여행이 된다.
오랜 세월이 남긴 가치와 품격을 가까이서 느끼며,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