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흥 작약꽃)
예상치 못한 풍경은 그렇게 여행자의 기대를 가볍게 넘어선다.
전라남도 고흥에 위치한 작약꽃밭은 5월이 되면 수천 송이 작약이 바람에 흔들리며 형형색색의 물결을 만든다.
진분홍, 옅은 분홍, 흰빛, 보랏빛으로 피어난 꽃들이 수평선과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그 뒤로는 조용히 흐르는 다도해의 바다가 풍경을 완성시킨다.
산속 깊은 곳에서나 볼 법한 작약을 바닷가에서 마주하게 되는 낯선 조합은 오히려 신선한 감동을 주며, 바람 따라 흩날리는 꽃잎이 해안을 감싸는 모습은 봄의 정수를 오롯이 담아낸다.
꽃과 바다, 그리고 고요한 도로가 어우러진 이 조화로운 풍경은 단순한 봄 소풍 이상의 기억으로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전라남도 고흥군 해맞이로 1175번지, 여수와 고흥을 잇는 팔영대교에서 차량으로 약 10분 거리인 이곳은 2016년부터 조성되어 이제는 300여 종의 작약이 자리를 잡은 곳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흥 작약꽃)
꽃밭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 각각 너비 40미터 × 폭 30미터, 너비 50미터 × 폭 38미터 규모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다를 향해 탁 트인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있어 어디서든 꽃과 바다가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는 독특한 지형을 자랑한다.
꽃은 크고 풍성하며 색감 또한 다양해, 다른 봄꽃과는 또 다른 인상을 남긴다.
무작정 많은 꽃이 있다고 해서 이곳이 특별한 건 아니다. 꽃밭에 서는 순간 자연스럽게 시선이 뒤편으로 이어지며 여수 낭도와 다도해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풍경은 ‘작약꽃 명소’라는 단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다를 마주한 채 흐드러지게 피어난 작약의 색감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이 지역이 단순한 꽃구경 장소를 넘어 사진 애호가들과 여행객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는 배경이 되는 이유다.
입장료는 따로 없으며, 주차 공간도 여유롭게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흥 작약꽃)
별도로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방문객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대로 머물다 갈 수 있다.
작약꽃밭에서 차로 약 7분만 이동하면 도착하는 남열 해돋이해수욕장은 고흥의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경관을 자랑한다.
꽃을 보기 위해 찾았던 이들이 자연스레 바다의 여운까지 함께 담아가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이어지는 아름다운 동선 덕분이다.
5월의 고흥은 계절의 변화 속에서 피어나는 작약과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가 어우러지며, 감각적인 여행의 순간을 선사한다.
이곳은 단지 꽃이 많은 공간이 아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꽃잎이 흔들리고, 그 너머로 바다의 윤곽이 드러나며, 색과 움직임이 동시에 흐르는 고흥만의 특별한 풍경을 완성시킨다.
단순히 봄의 끝자락을 붙잡기 위한 여정이 아닌, 계절의 깊이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여행. 고흥 작약꽃밭은 그런 시간을 원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목적지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