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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너머 피어난 봄, 청도읍성의 하루

by 트립젠드

묵직한 돌담 따라 조용히 피어난 꽃
전설 따라 걷는 5월, 성곽 속 봄의 시간
걷기만 해도 마음에 남는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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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청도읍성)


경북 청도읍성을 찾은 이들이 한결같이 입에 올리는 이 문장은 그저 전설로만 보기엔 아쉬울 정도로, 이곳의 풍경은 신비롭고도 평화롭다.


묵직한 돌담 아래로 피어난 작약꽃은 바람이 스칠 때마다 부드럽게 흔들린다. 화려하진 않지만 겹겹이 쌓인 꽃잎의 깊이는 오히려 고요한 힘을 품고 있다. 그 꽃들이 오래된 성곽과 나란히 놓였을 때, 이 풍경은 잠시 시간을 잊게 만든다.


5월의 청도읍성은 단순한 역사유적지를 넘어, 삶과 염원이 겹쳐지는 공간이다. 성을 보기 위해 찾았다가, 결국은 꽃을 기억하고 돌아오게 되는 곳. 고요하고 단단한 봄의 시간이 이곳에서 흐르고 있다.


고요하게 흐르는 성곽의 시간

청도읍성은 경북 청도군 화양읍 동상리에 자리한 석축성으로, 고려 시대 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둘레는 약 2km, 높이는 1.7m로 비교적 낮고 편안한 산책길을 따라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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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청도읍성)


지금은 성벽의 일부만 남아 있지만, 그 자취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과거 동문과 서문, 북문이 있었으나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 소실되었고, 현재는 일부 기저 구조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불완전한 형태가 더 큰 여운을 남긴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이 성을 한 바퀴 돌면 건강이 좋아지고, 두 바퀴를 돌면 장수하며, 세 바퀴를 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그 믿음이 이어지고 있으며, 봄이 되면 성을 돌며 기도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다.


성곽 아래 피어난 봄, 작약

청도읍성의 봄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작약꽃이다. 붉은빛, 연분홍, 연보라, 흰색 등 다양한 색의 작약이 성벽을 따라 줄지어 피어나며, 무채색의 돌담과 자연스럽게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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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청도읍성)


화려한 듯 차분한 이 꽃들은 성곽이 가진 무게감을 부드럽게 감싸며,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특히 바람이 불면 둥근 꽃송이가 고요히 흔들리며, 마치 누군가의 마음에 말을 거는 듯한 풍경을 만든다.


작약꽃은 누군가를 압도하지 않는다. 그저 곁에 머무르며 계절의 결을 천천히 전한다. 청도읍성의 산책길은 그렇게 특별한 것 없이도 특별해지는 순간을 선물한다.


특별한 준비 없이 떠나는 봄

청도읍성은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과하지 않은 풍경, 조용한 공기, 그리고 걷기만 해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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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청도읍성)


따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 사람의 손길보다는 계절의 손길이 닿은 이 길은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작지만 깊은 위로를 건넨다.


복을 바라는 마음이든, 그저 걷고 싶은 하루든. 5월의 청도읍성은 누군가의 소원을 품은 채, 오늘도 조용히 봄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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