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영어바다

by Jin S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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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파크에 가면


이 동네 어린이들을 위해
조그만 클래스가 열린다.


전문 선생님이
녹음기를 가져와
음악을 틀어 놓고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처음 시작하는 노래는 언제나
ABCD 알파벳 송


그 낯선 노래를
아직 기저귀 찬 아이들이


봄이라 해도
찬 기운이 남아 있는 아침
플라스틱 매트 위에 앉아

몇 번씩
되풀이해 부른다


한 살을 조금 지난 아이들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이 아는 말이라야
마미
데디
밀크
그 정도일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A B C D가 들려온다.


아이들은
잠시
그저 바라본다.


“이게 무슨 말이지?”


그런 얼굴로.


선생님이
손을 들고
박수를 치고
몸을 움직인다


리듬이 살아나자
아이들의 몸도
조금씩 따라 움직인다


뒤에서는 부모들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은
의미를 몰라도
먼저 몸으로 따라 한다


점프를 하면 뛰고,
박수를 치면 따라 친다


그렇게
소리는
몸으로 들어온다.


연초록 풀잎 같은 아이들


뜻도 모르는 노래를
따라 부른다


선생님이

아이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자

입으로 가져간다


알파벳 쿠키였다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본다


초록빛

영어의 바다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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