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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2는 과연 망했을까?

<오징어 게임 2> 리뷰

by 소려











전 세계가 기다린 화제작. 자랑스러운 두유노 클럽 명예 회원. 오징어 게임의 후속 편이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쇼미 더 머니가 아직도 하고 있었다면 재범이 형 가사에 한 줄이 더 늘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리뷰 매거진 이름을 ‘제철 지난 리뷰’로 바꿨는데 바로 올리면 양심 없는 거 같아서 일주일 뒤에 올립니다. 사실 원고 쓰기가 귀찮아서 미뤘다가 이제 올리는 겁니다. 실은 올리지도 않고 그냥 미루기만 했습니다. 이제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래 리뷰는 <오징어 게임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제작비

1편이 제작비 253억 원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넷플릭스는 개꿀 IP를 하나 따낸 셈이죠. 덕분에 속편의 제작비가 4배로 늘었습니다. 1000억 원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시즌1 때는 게임에서 우승하면 드라마 찍고도 197억이 남았는데 시즌 2가 되니 게임에서 3번을 우승해야 드라마를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말도 안 되는 제작비 상승인 거죠.

근데 더 말도 안 되는 게 뭔지 아십니까? 1000억 원을 달러로 바꾸면 6770만 달러 정도가 되는데요. 잭 스나이더의 <레벨 문> 제작비가 1억 달러가 넘습니다. 여러분 중에 레벨 문 보신 분 있습니까? 제작비 회수는 했냐고요? 그런 건 슈퍼맨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출처: 넷플릭스











화려한 배우진

요컨대 제작비가 늘어나니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이 말입니다. 솔직히 시즌 1 때 이정재, 박해수 배우 빼고 누구 알았습니까. 하지만 시즌 2에는 엑스트라들의 자리가 위험할 정도로 유명한 배우들을 고봉밥처럼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단적인 예시를 하나 들어볼까요? 여러분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캐릭터 이름을 배우 이름으로 얘기하면 유명하다는 증거입니다. 극 중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캐릭터 몇이나 되십니까? 저는 솔직히 정배형 말고 아무도 기억 안 납니다. 그만큼 이 영화의 출연진이 대단하다는 증거겠죠.

출처: 넷플릭스











게임의 재미

우려했던 것과 달리 작중 펼쳐지는 게임들은 하나같이 다 재미있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전작을 비틀어 재미를 주었고 ‘5인 6각’과 ‘짝짓기 게임‘ 역시 다 재밌었습니다.

5인 6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비극적인 상황과 극명히 대비가 돼서 좋았습니다. 또한 주요 배역이 많다 보니 클리셰적인 미션 성공은 조연 팀을 통해 보여주고, 주연 팀의 미션 과정은 오일영의 아슬아슬함을 보여주는 쪽으로 소모한 각본이 눈에 띕니다.

짝짓기 게임은 1편의 맛과 비슷해서 좋았습니다. 서사가 쌓인 다양한 인물들 간의 감정과 사연이 얽혀 만들어내는 비극적인 선택의 순간들. 전작이 가장 사랑받았던 요소들도 이런 부분에서겠죠. 여전히 그 맛이 나서 안심했습니다. 나머지 3개의 게임도 기대가 되네요.

출처: 넷플릭스











플롯의 변경

1편은 주인공이 게임 안에서 살아남는 데 초점을 두었지만 2편부턴 하나의 목적이 더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게임의 전복’이죠. 그리고 작품의 치명적인 단점도 이 지점에서 생겨납니다. 바로 재미가 없다는 거죠. 1편 때도 위하준 배우만 나오면 재미가 없었는데 2편도 똑같습니다. 게임 측 세력들을 제압할 희망의 열쇠인데 전혀 기대도 안되고 나오면 호흡이 늘어져서 짜증만 날 수밖에요. 그리고 이 문제는 후술 할 문제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넷플릭스












신비감의 부재

오징어 게임의 정수.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의 맛을 내는 소스. 그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에 오징어 게임의 소스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 아이들의 게임으로 어른들이 비극적인 살인 게임을 치른다 ‘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 신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잔인한 게임을 만든 사람은 누구이고 왜 만들었는지, 그리고 누가 보는 건지 이런 것들 말이죠. 사실 1편도 신비감이 잘 지켜지진 않았습니다. 병정들이 죽은 참가자들 장기 적출해서 인신매매하는 건 진짜 짜쳤습니다. 미지의 공포로 남아야 할 병정들이 순식간에 ’ 엑스트라 잡몹 1‘로 보였습니다. 신비감이 떨어지면 공포감은 당연히 같이 떨어지겠죠.

그래서 저는 병정들의 이런 모습들이 2편에서 중점적으로 나왔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1편은 오로지 게임에 참가한 주인공만의 이야기로 남겨 오징어 게임 측 세력에 대한 궁금증과 떡밥을 남겨두고 2편부터 그걸 풀었다면 어땠을까요? 병정들이 무섭지 않으니 게임의 분위기가 약해지고 이걸 전복시키려는 위하준 쪽 세력의 이야기에도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문제죠.

출처: 넷플릭스











문어체

소소한 문제 하나 짚고 가겠습니다. ’ 배우들이 네임밸류에 비해 연기가 약하다 ‘, ‘1편 성공에 힘입어 뜨고 싶으려고 연기 차력쇼하는 것 같다’ 이런 평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의 원인을 각본으로 꼽고 싶은데요, 많은 대사가 문어체로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실제 말할 때 쓰는 어휘가 아니라 글로 적을 때 쓰는 어휘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실제 말할 때 쓰는 구어체가 아니라 문어체를 사용했기 때문에 대사들이 전부 유치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습니다.

출처: 넷플릭스












이정재

이건 배우의 문제인데요. 이정재 배우가 화가 정말 많이 난 것 같습니다. 영화의 모든 분위기가 이정재의 찌푸려진 미간을 중심으로 구부러집니다. 어떤 장면이든 이정재 배우가 끼면 분위기가 묘해집니다. 전날 부부싸움하고 내 앞에서 티 안 내려고 하는데 실은 다 티 나는 부모님 사이에 끼어 불편한 아침식사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감독의 디렉팅 문제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명백히 배우의 잘못인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이병헌 배우가 등장하면 그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묵직해집니다. 연기 앙상블? 이정재 배우가 티키 한번 하면 이병헌 배우가 타카타카타카타카타카 합니다. 일방적으로 뚜드려 맞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처: 넷플릭스











무당

정말 짜증 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무당 이줌마입니다. 뭔가 있을 것처럼 계속 떠들었지만 그냥 양아치 건달과 진배없는 쓰레기 캐릭터입니다. 탑은 모르겠고 무당 아줌마 나올 때마다 TV 끄고 싶었습니다 정말로. 왜 등장시킨 겁니까? 분명 이유가 있겠죠? 시즌 3에서 팔짱 끼고 지켜봅니다?

출처: 넷플릭스











OX

바뀐 OX시스템이 대해 호불호가 많이 갈렸죠. 혹자는 지루했다고 말하지만 저는 재밌었습니다. 세력이 O와 X로 나뉘는 것도 설득력이 있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바뀌는 인물의 심경 묘사가 아주 명확히 드러난다는 점이 특히 좋더군요. 그리고 쪼는 맛도 있잖아요. 저는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출처: 넷플릭스











성기훈의 궤변

작품의 질을 치명적으로 훼손시킨 최악의 장면이었습니다. 작품 내내 다 같이 살아서 나가는 게 목표라고 하던 사람이 갑자기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니요? 그럴 거면 공유를 게임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죽였어야지. 저는 러시안룰렛 때 솔직히 이정재가 공유를 쏠 줄 알았습니다. 더러운 일을 막기 위해 자기도 더러워지는 다크 히어로가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걸 보고 “아, 고결한 불살주의 캐릭터로 가는구나. 이것도 좋네” 싶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게임을 끝내기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이거 완전 미친놈이잖아요 감독님!!! 성기훈은 원래 바보라 병크를 터뜨리는 게 오히려 개연성 있다는 밈이 요새 돌던데 제가 볼 때 이건 그냥 감독의 실수입니다. 성기훈의 캐릭터를 제대로 잡고 가지 못해 벌어진 참사죠. 이 장면 덕에 고조됐던 분위기가 갑자기 팍 식어버렸습니다. 디오니소스라면 책임지게 했을 텐데 아쉽네요.

출처: 넷플릭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저는 말이죠, 놀랍게도 처음 볼 땐 시즌 3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3화를 볼 때쯤 깨달았죠.


이거 시즌 2에서 끝나는 거 맞아…?


제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시즌 3까지 나오더군요. 7화까지 다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시즌 2는 ‘파트 1’이었다는 것을요.

갑자기 허리가 끊긴 것 마냥 시즌 2는 끝났습니다. 저처럼 사전 정보가 없으셨던 분들은 두 배로 놀라셨을 겁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다른 훌륭한 레퍼런스에 비해 훌륭하게 끝나진 않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가 있겠고, <킬 빌 vol.1>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1편’이죠. 드라마를 예로 들어볼까요? 여러분은 브레이킹 배드를 보셨습니까? 브레이킹 배드 시즌 5 파트 1이 어떻게 끝났는지 아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훌륭한 ‘파트 1’은 그 자체로 완결된 서사를 가져 관객들을 만족시키고 속편에 대한 궁금함과 긴장감을 유발하죠. 그 측면에서 <오징어게임 2>는 실패했습니다. 일단 완결된 하나의 서사가 아니었고 속편이 궁금해 미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겨우 충격요법 하나, 정배 형님 죽인 게 다입니다. 시즌 3가 궁금하긴 하지만 궁금해 미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게 본작의 한계입니다.

출처: 넷플릭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감히 다음 시즌 3가 미친 듯이 재밌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배우진이 화려하다고 말씀드렸죠? 그 말은 즉슨 서사를 가진 캐릭터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왜 항상 이야기의 최종장이 재밌는지 아십니까? 서사를 충분히 쌓아온 친숙한 캐릭터들이 전력으로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역사에서 배우는 영웅담보다 내 친구 연애사가 더 재밌는 이유도 그래서죠. 우리는 친숙한 사람들일수록 이야기를 더 깊숙하게 받아들입니다. 쟁쟁한 배우들로 잔뜩 빌드업을 쌓았으니 이제 그걸 터뜨릴 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이제 뒤지게 재밌을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이죠.

진~짜 단순하게 다음 게임이 저번처럼 홀짝 게임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임시완하고 조유리가 같은 팀, 양동근하고 양동근 엄마가 같은 팀, 전재준하고 강하늘이랑 같은 팀, 노재원이랑 민수랑 같은 팀, 그리고 성기훈이랑 이진욱이랑 같은 팀. 벌써 도파민 터지죠? 제가 장담컨대 이거랑 비슷한 상황 100%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시즌 3가 기대됩니다. 기승전결에서 재미없는 부분 다 보여줬으니까 이제 재밌을 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시즌 2는 추진력을 얻기 위할 뿐이었습니다.

출처: 넷플릭스











마무리

다 쓰고 보니 단점을 더 나열한 것 같네요. 맞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원래 장점 보다 단점이 더 많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장점의 힘이 명확하죠. 시즌 2는 구조적으로 단점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즌 3은 앞서 말했듯 도파민 덩어리입니다. 분명 재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걱정이 하나 있다면 위하준 배우 쪽 이야기가 너무 짜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우려가 있겠네요. 시즌 2도 시즌 3도 전작처럼 잔뜩 흥행했으면 좋겠네요. 봉준호, 손흥민, 한강, 오징어 게임 레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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