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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보다. 나를 보는 너를 보다.

<룩 백> 리뷰

by 소려



멘탈


1시간 동안 쓴 글이 날아갔습니다. 열심히 줄거리 요약을 하고 핵심 내용을 신나게 적어 내려 가던 중이었죠. 근데 날아갔습니다. <에일리언: 로물루스> 리뷰 글의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을 받고 그걸 눌렀다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건 필시 명작의 탄생을 두려워한 브런치 스토리 일당의 음모입니다. 아니면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어. 으아아.




짧은 영화는 리뷰도 짧게


그러니 줄거리 요약은 생략 하겠습니다. 안 하던 짓을 하니까 결국 이렇게 되네요. 바로 핵심 내용 해석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러닝타임이 1시간인 영화니까 리뷰 내용도 절반으로 줄어야지 수지타산이 맞는 거 아닙니까. 예?










아래 리뷰에는 영화 <룩 백>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룩(보다)


후지노는 학년 신문에 같이 4컷 만화를 연재하게 된 쿄모토의 만화를 봅니다. 재능의 벽이 절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그녀의 그림 실력을 동경했습니다.

쿄모토는 신문 연재 선배인 후지노의 만화를 봅니다. 그녀는 후지노의 열렬한 팬입니다. 배경만 그리는 자신과 다르게 재밌는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는 그녀의 이야기 실력을 동경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봤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만화


후지노는 사실 만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읽는 편이 좋다고 말하죠. 또한 쿄모토 역시 성공이 보장된 만화가의 길을 포기하고 미대에 잔학한 걸 보면 만화보다는 '그림'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둘은 같이 만화를 그립니다. 두 사람은 만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함께 만화를 그릴 때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만화는 후지노와 쿄모토를 연결합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운명


쿄모토는 그녀가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세계선에서도 미대에 진학합니다. 방 밖으로 끌어낸 후지노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찌해도 바꿀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또한 후지노가 만화를 그리지 않고 가라데를 선택했음에도 두 사람은 만나 결국 다시 만화를 그리자고 약속합니다. 이것 역시 바꿀 수 없는 운명입니다. 만화는 두 사람의 운명이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어시스턴트


작가의 존재는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어시스턴트의 존재는 그에 비해 미비합니다. 후지노의 만화 <샤크 킥>은 쿄모토의 배경 없이도 승승장구합니다. 쿄모토가 살아남은 세계선에선 분명 그녀가 다시 후지노의 어시스턴트로서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쿄모토가 죽은 세계선에선, 그녀는 더 이상 어시스턴트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운명이란 앞서 말했듯 세계선을 초월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쿄모토의 죽음은 운명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살아남은 세계선이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만화는 둘을 연결하는 강력한 운명입니다. 쿄모토가 살아남은 세계선에서 만화를 그리게 될 운명이라면 그녀가 죽은 세계선에서도 만화는 그려져야 합니다. 누구의 손에서든.


작가의 존재는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어시스턴트의 존재는 그에 비해 미비합니다.


어시스턴트는 죽고 작가는 남았습니다. 작품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시스턴트는 어떠한 형태로든 작가를 돕게 될 겁니다. 그게 운명이니까요.

출처: 네이버 영화




백(뒤)


영화는 그림을 그리는 후지노의 뒷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시간의 경과를 그녀의 뒷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책상 위에 쌓인 공책이 늘어나고, 창문 너머 계절이 바뀌고, 어시스턴트가 생겼다가 다시 사라지고, 종이가 태블릿으로 바뀌는 식으로요. 그렇게 뒷모습이 나오는 구도에서 후지노는 항상 만화를 그립니다.

그리고 다른 세계선의 쿄모토가 그린 '룩 백'이라는 제목의 4컷 만화를 절망에 빠진 후지노가 발견하게 되는 순간 영화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그녀의 '뒷모습의 뒤편'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룩 백(뒤를 보다)


후지노의 뒤엔 항상 쿄모토가 있었습니다. 그 너머엔 자신의 만화를 사랑해 주는 한 명의 독자가 있었습니다. 만화를 좋아하지도 후지노가 전업 만화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만화를 즐겁게 읽어주는 그 행복한 표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로소 후지노는 깨닫습니다. 쿄모토는 여전히 어시스턴트로서 자신의 안에 남아있다는 것을. 그녀는 육체는 죽었지만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 주던 독자의 따뜻한 미소는 아직 그 온기를 잃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죠. 만화라는 운명이 시공간을 초월해 그녀에게 알려준 것입니다.


"룩 백"


뒤를 보라고 말이죠.

출처: 네이버 영화




마무리


처음엔 영화의 메세지가 작위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묻지 마 살인'이라는 소재도 너무 진부하고요. 하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복잡한 플롯의 관계가 점점 정리가 되더군요. 그래서 제 나름의 해석을 이렇게 리뷰에 담아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아마 체인소맨 팬들은 눈물을 흘릴 겁니다. 영화가 작가 특유의 러프하면서도 개성이 날카롭게 살아있는 그림체를 너무 잘 재현했거든요. "체인소맨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나왔다면"하고 탄복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고요. 허허..

아무튼 좋은 영화입니다. 리뷰를 다 쓰고 보니 줄거리 설명을 덜어낸 게 더 깔끔하네요. 행운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래도 다음엔 똑같은 일이 절대 벌어져선 안됩니다. 여러분은 저장을 생활화하세요. 중간중간 자신의 발자취를 생활화하십시오.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이미 상실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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